한화의 집안 단속이 쉽지 않다. 내부 FA 결렬 분위기가 팽배하다.
올해 FA 시장 큰 손을 자처하고 있는 한화는 그러나 지난 15일까지 내부 FA 선수들과 계약을 맺지 못하고 있다. 투수 박정진(37) 내야수 이대수(32) 한상훈(33)은 특급 FA 선수는 아니지만 수년간 한화에서 공헌한 알짜배기들이다. 하지만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며 결렬 위기에 놓였다.
한화는 기본적으로 세 선수 모두 잔류시킨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처음 제시한 조건에서 진전이 없고, 몇몇 선수들은 이미 "시장에 나갈 마음을 굳혔다"고 밝혔다. 우선협상기간 마지막 날인 16일에도 구체적인 일정을 잡지 못해 마음을 돌리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선수는 "구단에서 첫 날 제시한 조건에서 전혀 바뀌지 않았다. 협상다운 협상은 해보지도 못했다. 의견을 조율하며 어느 정도 조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다. 말로는 꼭 필요한 선수들이라고 하지만 결국은 말 뿐이다"며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시장에 나갈 것"이라고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또 다른 선수는 "팀에 잔류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그러나 구단에서 잡고 싶은 마음이 없어 보인다. 처음 제시한 것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 외부에는 함께 하고 싶다고 말하지만 성의가 느껴지지 않는다"며 "솔직히 팀에 정이 많이 들었는데 섭섭하고 실망스런 마음도 든다. 시장에 나가는 건 생각도 해보지 않았는데 지금으로서는 시장에 나갈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한화 내부 FA 모두 대박 계약을 기대할 수 있는 특급 선수들은 아니다. 그들도 그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몇몇 선수는 "우리가 몇 십억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정말 몇 억 차이 나지 않는다. 충분히 조정을 할 수 있는 수준인데도 구단에서 변동이 없다. 외부 FA 영입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팀에서 나가라는 뜻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 선수는 "지금 상황에서는 돈이 문제가 아니다. 시장에서 오퍼가 온다면 금액을 떠나 그 팀으로 갈 것이다. 나를 가장 필요로 하는 팀에서 뛰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수 역시 "얼마나 많은 돈을 바라겠나. 돈은 몇 억 차이가 나지 않지만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아 아쉽다. 마지막 날이지만 아직 협상 약속도 잡지 않았다. 생각해보고 전화를 달라는데 그냥 시장에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화 구단 실무진은 "나름대로 합리적인 선에서 가치 평가를 내린 것이다. 선수들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시장가치로 평가해야 한다"며 기존 제시액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 구단 역시 지난 2년간 내부 FA 재계약 결과가 좋지 않았던 만큼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선수들에게 끌려다니지 않고 원칙을 고수하려 한다.
물론 마지막 날 극적으로 계약이 성사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아직 한화 잔류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선수도 있다. 그러나 최소 2명 이상은 협상 결렬이 유력하다. 외부 FA만 바라보는 한화로서는 예기치 못한 돌발 변수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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