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박지성’으로 평가받는 김보경(24, 카디프 시티)의 색깔이 애매해졌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스위스와의 친선경기에서 후반 41분 터진 이청용의 역전골에 힘입어 스위스와 2-1로 통쾌한 승리를 거뒀다. 홍명보호는 2006년 독일월드컵 조별리그서 당한 0-2 패배를 통쾌하게 갚았다.
승리의 주역은 최전방공격수 김신욱과 좌우날개 손흥민, 이청용이었다. 김신욱은 196cm의 장신을 활용한 제공권 장악으로 후반 14분 터진 홍정호의 세트플레이 골을 도왔다. 손흥민과 이청용은 좌우측면을 활발하게 파고들면서 스위스를 위협했다. 결국 주장완장을 차고 나온 이청용은 결승골까지 만들었다.

공격진에서 아쉬운 선수는 김보경이었다. 그는 처진 중앙공격수로 선발 출전했지만 뚜렷한 활약이 없었다. 중앙에서 수비 쪽으로 빠져 스위스 공격의 맥을 끊는 역할은 충실했다. 다만 특유의 엄청난 활동량을 내세워 직접 공을 몰거나 패스해주는 식으로 공격을 리드하는 색깔이 없어졌다.
결국 홍명보 감독은 후반전 김보경 대신 이근호를 투입했다. 전체적인 스피드가 빨라진 한국은 후반전 홍정호와 이청용의 연속골이 터지면서 전세를 뒤집었다. 이대로라면 구자철의 빠진 자리에는 이근호의 중용이 유력한 상태. 불과 한 달 전 말리전에서 구자철의 완벽한 대역을 맡으며 골까지 성공시켰던 김보경이었다. 그새 무슨 일이 있었을까.

최근 김보경은 소속팀 카디프 시티서 비중이 확연히 줄었다. 카디프 시티는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버밍엄 빌라파크에서 열린 아스톤 빌라와 2013-2014 EPL 11라운드 원정경기서 0-2로 패했다. 김보경은 올 시즌 처음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카디프 시티는 빈센트 탄 구단주의 독단적 운영으로 말키 매케이 감독과 불화설을 겪는 중이다. 이와 맞물려 애지중지했던 김보경에 대한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스위스전 후 홍명보 감독은 “김보경이 컨디션 문제는 없었다. 아무래도 김신욱과 호흡에 문제가 있어 어려움을 겪었고 후반에 이근호로 교체했다”라고 교체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최근 소속팀서 김보경의 부진에 대해 “유럽에 있는 선수들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것 사실이다. 그런 선수들이 벤치에 앉아있으면 우리 팀으로서는 큰 손해다. 김보경 스스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지금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면서 답답한 심정을 내비쳤다.
김보경은 측면과 중앙을 모두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대표팀의 좌우날개는 손흥민과 이청용으로 사실상 굳어지고 있다. 이제 김보경은 자신의 색깔을 확실하게 발휘할 수 있는 포지션에서 붙박이로 경쟁력을 보여줘야 할 시점이 됐다. 19일 러시아전 활약이 김보경에게 더욱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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