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앤 스몰' 김신욱(25, 울산 현대)과 이근호(28, 상주 상무)가 눈부신 활약으로 홍명보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열린 스위스와 평가전서 2-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홍명보호는 출범 이후 첫 2연승을 달리며 3승 3무 3패를 기록하게 된 반면 스위스는 14경기(10승 4무)서 A매치 무패 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한국은 전반 6분 만에 스위스에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13분 홍정호의 헤딩 동점골과 후반 40분 이청용의 역전 헤딩 결승골에 힘입어 드라마 같은 승리를 만들어냈다. 상대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위이자, 7년 전 독일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을 좌절시킨 스위스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는 승리였다.
김신욱과 이근호의 활약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빅 앤 스몰 조합이 제대로 위력을 발휘했다. 한국이 후반 들어 주도권을 완벽히 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김신욱 활용법을 찾았다. 홍명보호의 주과제였던 원톱 공격수 적임자로도 손색이 없었다. 196cm의 큰 키를 자랑하는 김신욱은 발 밑 플레이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상대는 수비가 탄탄한 스위스였다. 파비안 샤르(바젤), 필립 센데로스(풀럼) 등은 장신에 세계적인 수비력을 갖춘 선수였지만 방해물이 되지 못했다. 김신욱은 머리나 발로 스위스 선수들을 압도했다.
'헤딩 머신'이라는 오명 아닌 오명도 벗었다. 김신욱은 후반 들어 두 차례나 동료들에게 결정적인 찬스를 제공했다. 모두 발에서 나온 작품이었다. 이청용에겐 감각적인 패스로 골키퍼와 1대1 기회를 만들어줬고, 이근호에겐 자로 잰 듯한 오른발 크로스를 배달했다. 비록 둘의 슈팅이 골키퍼의 정면으로 향하며 도움 기회를 날렸지만 김신욱의 발에서 나오는 능력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비단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 본연의 임무에도 충실했다. 머리로 수 차례 볼을 떨궈주며 공격의 시발점 역을 톡톡히 했다. 수비에도 적극 가담했다. 육중한 피지컬을 앞세워 1차 저지선 임무에 크게 일조했다. 그야말로 김신욱의 장점이 모두 발휘된 날이었다. 후반 38분까지 풀타임에 가까운 시간을 소화하며 홍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이근호도 마찬가지였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김보경과 바통을 터치한 그는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다. 전반 김보경의 부진 속에 공격 작업이 원활치 않았던 한국은 후반 들어 이근호 덕분에 공격의 활로를 개척 할 수 있었다.
분주하고 파괴력 있는 움직임을 보이던 이근호는 결국 결정적인 역할까지 해냈다. 후반 40분 페널티 박스 안에서 정확한 오른발 크로스로 이청용의 헤딩 결승골을 도운 것.
김신욱과 이근호는 스위스전 활약으로 브라질월드컵 출전의 등불을 훤히 밝혔다. 김신욱은 지난 7월 이후 외면을 당하며 위기를 맞았지만 절치부심 속 찾아온 기회를 제대로 살렸다. 이근호도 2010 남아공월드컵 낙마의 아픔을 씻을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1경기만으로 속단하기엔 이르다. 쟁쟁한 경쟁자들과의 싸움 속에서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오는 19일 러시아(아랍에미리트 두바이)와 평가전까지 활약이 이어질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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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호-김신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