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 '슈퍼스타K5'가 별 화제를 낳지 못한 채 15일 막을 내리자 이번 시즌의 실패 요인으로 '너무 착해진 편집'이 지목되고 있다.
악마의 편집이 문제라며, 출연자 왜곡 좀 그만시키라던 지적을 받아왔던 '슈퍼스타K' 시리즈로선 당혹스러울 분석. 승패를 두고 '낚시질'을 하고, 특정 출연자는 '나쁜 놈'으로 만들어버리는 악마의 편집이 과연 지난 네 시즌을 끌어온 유일한 흥행 공식이었는지도 의문이다.
다섯번째 시즌이 '완전히' 착해졌느냐. 그것도 아니다. 이번 시즌 역시 탈락자들을 대거 양산할 것처럼 해놓고 은근슬쩍 살려주거나, 적절한 타이밍에 '60초 후에'를 외친 건 마찬가지였다.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만든 비호감 출연자는 없었지만, 지난 시즌 시청률이 비호감 출연자 때문이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문제는 출연자들의 역량이다. 지난 시즌의 출연자들이 매우 우수했다고만 볼 수는 없어도, 이번 생방송 진출자들보다 끼가 있기는 했다. 이번 출연자들은 생방송 결승전에서조차 가사를 잊어버리거나, 불안한 시선처리를 노출하고, 심각한 '음이탈'을 보이는 등 상대적으로 저조한 실력을 보여줬다. 실력 부족은 생방송 경연 내내 제기됐던 문제지만, 제작진은 여전히 무대를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늘이지 않고 사전 녹화 등을 포기하지 않은 채 출연자들을 이리 저리 끌고 다녔다.
실력 부족은 다른 톱10 진출자들의 무대도 마찬가지. 지난 15일 결승전에서 보여준 톱10의 축하무대 수준은 이번 시즌이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 충분히 보여줄 만큼 엉망이었다.
이번 시즌 실패는 오디션에 대한 피로감이 드디어 수면 위로 나타난 것이기도 하다. '슈퍼스타K'에 대한 위기론은 SBS 'K팝스타'와 엠넷 '보이스코리아'가 등장한 지난해 이미 대두됐던 것. 이제 더 이상 인재가 없지 않겠냐, 오디션은 이제 지겹지 않겠냐는 의견이 봇물을 이뤘으나 시즌4는 운이 좋게도 이를 기우로 만들 수 있었다. 매력적인 출연자가 '운 좋게도' 나타난 것이다. 시즌4의 인기는 확실히 시즌3에 밀리는 듯 했으나, 로이킴-딕펑스-정준영-홍대광을 건졌다.
로이킴과 정준영은 빼어난 외모에 확실한 개성으로 이전 시즌에 없던 꽃미남 출연자 시대를 활짝 열었다. 딕펑스는 버스커버스커와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고, 홍대광은 다소 개성 위주의 경연으로 갈 수 있었던 시즌4에 중심을 잡았다. 음이탈 실수를 하기는 정준영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럼에도 문자투표에서 승리해 어마어마한 욕을 먹기도 했지만, 이슈메이킹은 확실했다. 이 논란을 상쇄시킬만한 개인적인 매력도 있었다. 어찌됐든 로이킴 및 시즌4 출신들은 신선한 캐릭터들이었다.
문제는 시즌5에 들어 이같은 운이 더 이상 통하지 않았던 것. 핵심 출연자들이 '제2의' 타이틀에 머물렀다. 박시환은 처음부터 '제2의 허각'이었고, 박재정도 '제2의 존박', '제2의 로이킴'을 벗어나지 못했다. 신선한 캐릭터가 없는데다 실력도 원조를 뛰어넘지 못하니 당연히 관심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나마 송희진이 최초의 여성 출연자가 될 수 있을지 큰 기대를 모았으나 생방송 무대에서 실력발휘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더구나 문자 투표에 밀려 결승에 진출하지도 못했다.
악마의 편집에 영향을 받지 않고, 괜찮은 인재를 눈여겨보는 가요계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로이킴-정준영만 해도 CJ E&M이 과연 이들을 놔줄 것인지 관심을 모으기도 했으나 이번 시즌 출연자들에 대해서는 이후 행보가 큰 관심거리로 떠오르지 못하고 있다.
이제 노래 잘하는 인재는 찾을만큼 찾은걸까. 우후죽순 생겨난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서로 제살 깎아먹기에 들어선 것일까. 곧 시작될 SBS 'K팝스타'의 성과를 보면 그 답이 나올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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