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은 대만과 인연이 깊다. 대만에서 열린 두 차례 국제 대회 모두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기 때문.
왼손 엄지 부상으로 베이징 올림픽 지역 예선전에 참가하지 못했던 이승엽은 최종 예선전서 대표팀의 3번 타자로 활약하며 타율 4할7푼8리(23타수 11안타) 2홈런 12타점 5득점 맹타를 휘둘렀다. 또한 그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에서 타율 4할(10타수 4안타) 1타점 3득점으로 고군분투했다.
그리고 이승엽은 '8회의 사나이'라 불릴 만큼 각종 국제 대회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무릎 통증에 시달렸던 이승엽은 일본과의 3·4위전에서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8회 1사 2,3루 득점 찬스에서 '괴물' 마쓰자카 다이스케와 풀 카운트 접전 끝에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를 터트리며 대표팀의 동메달 획득에 공헌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승엽은 2006년 제1회 WBC 1라운드 일본전서 1-2로 뒤진 8회 역전 결승 투런포를 때리며 김인식호의 4강 진출을 이끌었다. 또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본선에서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빠졌지만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2-2로 맞선 8회 1사 1루에서 일본 대표팀의 좌완 특급 이와세를 상대로 오른쪽 펜스를 넘기는 투런 아치를 터트렸다.
15일 포르티투도 볼로냐와의 아시아 시리즈 A조 예선 경기에서도 마찬가지. 이승엽은 2-2로 맞선 8회 2사 1,2루서 볼로냐 좌완 오베르트에게서 우월 스리런을 빼앗았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할 만큼 제대로 받아쳤다. 삼성은 이승엽의 결승 3점포를 앞세워 아시아 시리즈 첫 승을 장식했다.
이승엽은 호시노 센이치 감독이 이끄는 라쿠텐 골든 이글스를 정조준할 차례다. 대표적인 극일의 선봉장인 이승엽은 각종 국제 무대에서 결정적인 한 방을 터트리며 일본전 승리를 이끌었다.
언젠가 이승엽은 "지금껏 내가 참가했던 국제대회 일본전을 돌이켜 보면 나는 7회까지 역적이었다가 8회에 영웅으로 돌변했다. 어떤 분들은 '일부러 그러는 것 아니냐'고 하시던데 나는 정말 미칠 것 같다"고 속내를 털어 놓기도.
그러면서 그는 "한일전에 대한 부담감은 크다. 전력상 우리가 뒤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일본전에는 알 수 없는 에너지가 생긴다. 다른 팀과의 대결과는 확실히 다르다. 단기전에서는 한국이 일본을 이겨왔던 건 정신력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아시아 시리즈에서 삼성과 라쿠텐이 결승 무대에서 만날 가능성이 아주 높다. 2004년부터 8년간 일본 무대에서 뛰었던 이승엽은 라쿠텐 투수들에게 '승짱'이 살아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지난해 아시아 시리즈에서 타율 1할6푼7리(6타수 1안타)로 부진했던 아쉬움을 떨쳐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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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중=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