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 PD "매직아이엔 슬픈 전설이 있어"[인터뷰]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3.11.16 10: 29

'매직아이에 관한 슬픈 전설이 있어. 한번 보지 못한 사람은 영원히 못 본다는 거야.'
(일단 기자 역시 평생 '매직아이'를 보지 못했다는 불행한 전제 하에)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 추억의 놀이가 하나 더 등장했다. 바로 매직아이. 기하하적인 그림들을 특유의(?) 방법으로 응시하다보면 어떤 그림 혹은 글자가 3D로 형상화돼 보이는 게임이다. 1994년 전후로 한동안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 매직아이가 '응답하라 1994'에 등장했다. 단순한 놀이, 시절을 재현하기 위한 소품으로서의 기능만 한 것이 아니라 극중 성나정(고아라 분)과 칠봉이(유연석 분)를 연결해주는 사랑의 매개체가 될 것 같은 달콤한 도구로 쓰였다.

지난 15일 밤, '응답하라 1994' 9회를 본방사수하던 시청자들은 대다수가 눈을 사팔뜨기 하며 분투했을 것이다. 칠봉이와 나정이가 내기를 한 매직아이의 답 때문. 이날 방송 초반 성나정과 칠봉이, 삼천포(김성균 분), 해태(손호준 분) 등은 함께 매직아이 삼매경에 빠졌다. 봤다 하면 답을 척척 맞히는 나머지들과 달리 유독 성나정만은 답을 맞히지 못했다. '매직아이는 한번 보지 못한 사람은 끝까지 못 본다'는 그 슬픈(?) 전설의 주인공, 바로 성나정이었던 것.
결국 칠봉이는 매직아이 때문에 오기가 발동한 성나정과 10만원을 건 내기를 하고 여러 그림 중 자신의 마음이 담긴 그림을 숙제로 냈다. "이제껏 본 매직아이 중 가장 쉽다, 이것도 못 보면 넌 절대 안 된다"는 말로 성나정을 바짝 약 올린 칠봉이, 그가 내준 그림 속엔 커다란 하트가 들어있었다.
그러나 이날 성나정은 끝까지 매직아이의 답을 찾지 못했고 우연히 그림을 본 쓰레기(정우 분)만이 하트를 보고는 성나정을 향한 칠봉이의 마음에 확신을 얻으며 긴장감이 배가됐다. 보는 내내 성나정처럼 답답했던 건 많은 시청자들. 방송 중간부터 각종 SNS와 시청자 게시판 등에는 매직아이 속 그림의 정체에 대한 시청자들의 왈가왈부가 폭발했다. 얄밉다. '응답하라 1994' 제작진. 성나정 남편 추리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이제는 매직아이까지 맞추라니. 끝까지 답도 안주고. 그저 매직아이 그림으로 꽉 찬 화면만 친절하게(?) 제공하셨다.
갑갑증을 참을 수 없어 이날 방송 직후 연출자 신원호 PD와 짧은 인터뷰를 나눴다. 9회 방송이 막 끝난 그 시간에도 오늘(16일) 방송될 10회 편집에 열을 올리던 중이다.
다음은 신 PD와의 일문일답.
Q(기자) : 매직아이 답이 뭔가?
A(신PD) : 직접 보시라고 (채널 로고 등) 상단까지 다 치웠는데. 못 보셨나? 하하하.
Q : 답답하다. 난 원래 매직아이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직접 가르쳐달라.
A : 뭐겠나. 하트(♡)다. 하하하.
Q : 헉. 매직아이 답을 놓고 네티즌 의견이 분분하다. 하트인 줄은 몰랐다.
A : 그런가? 아... 요즘 세대들은 매직아이 자체가 뭔지를 모르거나 처음 접해서 잘 못 볼 수도 있겠다. 고백하자면... 사실 나도 매직아이를 못 보는 사람이다. 한번 못 보면 절대 못 본다더라. 나도 20년 넘게 못 보고 있다. 하하하.
Q : (아니 PD도 못 보면서 이건 왜 넣어서) 성나정 남편 추리하는 것도 힘든데, 매직아이까지... 제작진 참 얄궂다.
A : 예능 만들 때 생각하면 매직아이 화면에서 '시청자 여러분도 함께 해보아요!' 같은 자막을 넣고 싶었다. 하하하.
Q : 매직아이 소재를 굳이 활용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A : 음... 일단 재미있지 않나. 그리고 방송이 끝나고도 이런저런 할 얘기가 많은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 그게 늘 목표다.
Q : 그렇다면 대성공이다...(이상하게 약이 오르는데) 지금 10회를 편집 중인가?
A : 그렇다. 일주일에 4~5일 촬영하고 2~3일은 편집에 매달린다. 솔직히 몸을 편하게 뉘어본지가 언젠지.. 강행군이다. 그래도 시청자들 관심 덕에 힘이 난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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