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국 “겁먹고 시작한 연기, 할수록 재밌어요”[인터뷰]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3.11.16 15: 52

서인국은 어느새 배우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연기자로 자랐다.
엠넷 '슈퍼스타K'를 통해 가수로 데뷔한 후 윤석호 감독의 '사랑비'로 연기자 신고식을 치렀다. 가수들이 종종 하는 잠깐의 외도 정도로 여겨졌던 그의 연기자 변신은 이후 tvN '응답하라1997'(이하 '응칠')출연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무뚝뚝해 보이지만 좋아하는 여자를 향해서는 거침없었던 윤윤제 역으로 많은 누나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게 된 것. 그리고 약 1년이 지난 후 연기자 서인국은 영화 '노브레싱'의 천재 수영 선수 조원일로 스크린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어느 날 감독님이 원일 역할을 한 번 보라고 제안을 하셨어요. 읽어보니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저는 어떤 역할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는 기준이 대본이 빨리 읽히느냐 아니냐에 있는 것 같아요. '노브레싱'은 정말 빨리 읽었어요. 집중이 된다는 건 재미있게 봤다는 의미죠. 또 결정적으로 조원일 캐릭터가 감정선의 폭이 넓어요. 아픔이나 트라우마가 있어 너무 매력이 있었고, '이 캐릭터를 이해하고 싶다.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그래서 욕심을 많이 냈죠.”

서인국이 맡은 조원일은 천재 수영선수다. 라이벌이자 꾸준히 수영 선수의 길을 걸어온 우상(이종석 분)과는 가슴 따뜻한 우정을 나눈다. 서인국은 영화에서 뛰어난 수영실력과 능청스러운 ‘먹방’, 첫사랑에 설레는 풋풋한 고등학생의 감성을 표현하며 그야말로 종횡무진 일취월장한 연기력을 뽐낸다. 그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것은 단연 ‘먹방’. 잘 구워진 삼겹살을 집개로 집어 우걱우걱 씹어 먹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입 속에 군침을 돌게 할 정도다. 음식을 먹어 좋았냐고 물으니 “힘들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힘들었죠.(웃음). 감독님이 의도하신 거였는데 먹는 건 저였으니 괴로웠어요. 한편으로는 다이어트 중이라 먹는 걸 잘 못 먹고 있던 참에 음식을 먹게 돼 기분이 좋았는데 너무 자주 먹으니까 몸매 걱정도 되고요.”
수영을 소재로 다루는 영화인만큼 훈련과 몸매관리가 동시에 돼야 했다. 서인국은 이 영화를 앞두고 6개월 간 식단 조절과 운동 등을 통해 몸매 관리를 해온 사실을 알렸다. 듣고 보면 그런 상황에서 반복되는 ‘먹방’이 괴로울 만 했다. 쉽지 않았던 ‘먹방’을 빼면 영화를 촬영하는 모든 시간이 즐거웠다. 현장 분위기를 설명하자면, 그야말로 기분만큼은 “놀러가는 것 같았다”고.
“제가 기억력이 좋은 편은 아니라서 어떤 재미있는 일들을 겪었는지 세세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아요. 그런데 현장에 갈 때 마다 그런 기분이었어요. 뭔가 학교에서 공부를 하다가 친구들이랑 쉬는 시간에 노는 것 같은? 다른 스케줄도 있고 쉴 때도 있고 그럴 때였는데 영화를 함께 찍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면 너무 신이 났어요. 선배님들과도 같이 즐거웠고요.”
영화 속 라이벌인 이종석과 실제 사이는 어땠을까?
“처음 이 영화 때문에 종석이를 봤을 때 ‘학교2013’이 끝난 후였어요. 워낙 바빠서 보기도 힘들고 미팅 때도 먼저 가야 돼서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종석이랑 원래 사적으로 아는 사이였는데 이렇게 영화를 찍게 돼서 되게 좋았고, 재미있었어요. 워낙 낯을 많이 가리는데 애교도 많이 피워주고 고마운 점이 많아요.”
지금의 서인국은 한창 연기의 즐거움을 알아가고 있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하면 할수록 어려우면서도 재미있는 게 연기라고 한다. 자연스럽게 나 자신을 놔두고 다른 캐릭터를 받아들인 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과정이 많은 이해를 필요로 하기에 쉽지 않단다. 그럼에도 연기를 하는 이유는 “상대 배우와 호흡이 맞아 떨어지는 그 순간이 좋기 때문”이다.
“노래와 연기 중 '뭐가 더 좋다', 이렇게 하나를 못 고르겠어요. 일단 가수의 매력은 무대 위에서 많은 분들이랑 감성이 공유된다는 점이에요. 짧은 3-4분이란 시간 안에 들으시는 분들과 감정이 연결 됐을 때 그 기쁨을 이루 말할 수 없어요. 배우의 매력은 많아봐야 열 명 스무 명되는 배우 분들과 어느 순간 호흡이 딱 맞아 떨어지는 순간이 있거든요. ‘밥 먹었냐’ 같이 일상 대화도 호흡이 맞아 떨어질 때, 그 때 뭔지 모를 느낌이 있어요.”
 
그는 처음 연기를 선택했을 때를 떠올리며 “그 때는 가수가 연기자로 변신하는 것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을 때라 연기를 하는 것 자체가 죄송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자신에게 기회가 주어지고 많은 사랑을 받게 된 결과에 대해 “정말 감사하다”며 사랑해준 팬들을 향해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연기 시작하기 전에 질문을 받았어요. '연기를 할 생각이 있냐?'라는 질문이었어요. 그 때 '기회가 주어진다면 하겠다'라고 말했었는데…. 서른 살이 넘은 후에 하고 싶다고 했었어요. 생각보다 더 빨리 기회가 왔고 준비가 안 돼서 많이 겁먹고 시작했죠. (생략)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죄송했어요. 배우들, 배우들의 팬 분들을 포함해 모든 분들에게 더 미안했고, 그래서 일부러 살도 찌우고, 사람 서인국을 다 숨기고 연기를 했었어요. 그렇지만 그 때의 선택이 좋은 결과가 돼서 좋고 감사해요.”
서인국은 최근까지도 SBS 드라마 ‘주군의 태양’의 강우 역으로 여성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또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는 정리되지 않은 집안 풍경(?)으로 반전 이미지를 더하기도 했다.
“아마 남자애들 집에 가면 열에 일곱은 저와 비슷할 걸요?(웃음) 무지개 회원님들이 너무 보고 싶어요. 회원님들이 얘기 하는 게 진짜 재미있었어요. 성재 형님이 너무 예뻐해 주셨고요. 성재 형님과는 가끔씩 예전에는 자주 맥주 한 잔 하면서 얘기도 많이 하고 그랬는데 요즘은 형님도 드라마를 찍으시고 저도 영화 일정이 있어 서로 안부 정도만 묻고 있네요. 지금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인데 참 그리운 게 있어요.”
가수도 배우도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서인국이 꿈꾸는 미래는 어떤 것일까. 서인국은 일단 가수로서는 단독 콘서트를 하고 싶었는데, 연말에 처음으로 단독 콘서트를 열게 돼 기쁘다고, 소식을 전했다.
"가수 서인국이 많은 분들한테 감성적인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가수가 됐으면 좋겠어요. 배우로서는 다양한 캐릭터를 서인국 모습이 아닌 그 캐릭터 대로만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고요. 못된 놈을 연기해 보고 싶어요. 사이코 패스 같은 역할이요. 다들 그러시더라고요. 악역이 잘 어울릴 것 같아고. 착하게 생기지 않아 다행이에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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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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