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신인 김종규(22, LG)가 지난해 전체 1순위 장재석(23, KT)과의 프로 첫 맞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부산 KT는 16일 오후 2시 부산사직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3-2014시즌 KB국민카드 프로농구 2라운드에서 33점을 폭발시킨 아이라 클라크를 앞세워 창원 LG를 71-67로 눌렀다. 이로써 KT는 2연패를 끊고 9승 6패가 됐다. 반면 2011년 3월 20일 전자랜드전 승리 후 무려 973일 만에 정규시즌 5연승을 노리던 LG의 야망은 무위에 그쳤다.
경기 전 양 팀의 토종빅맨대결이 관심을 모았다. 장재석은 지난해 10월 드래프트서 전체 1순위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서 치른 데뷔시즌은 실망스러웠다. 장재석은 5.3점, 3.1리바운드의 평범한 성적으로 첫 해를 마쳤다. 신인왕 타이틀도 최부경에게 내줘야 했다. 비시즌 절치부심한 장재석은 올 시즌 각오를 새롭게 했다. 하지만 또 다시 부상에 시달리면서 아직도 가능성을 폭발시키지 못하는 모습이다.

반면 올해 전체 1순위로 화려하게 데뷔한 김종규는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하고 있다. 김종규는 평균 9.6점, 5.8리바운드, 1.0블록슛으로 프로농구 수준급 빅맨으로 자리를 굳혔다. 이미 장재석의 기록을 초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장재석은 갚아야 할 빚이 있었다. 장재석이 한 살 위지만 대학시절부터 김종규보다 낮은 평가를 들었다. 특히 2012년 대학리그 결승전에서 장재석의 중앙대는 김종규의 경희대에 밀려 완패를 당한 뼈아픈 경험이 있었다. 태극마크도 김종규가 장재석보다 먼저 달았다. 장재석 입장에서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날 장재석은 1쿼터에 가벼운 몸놀림으로 골밑슛을 넣었다. 이에 질세라 김종규도 점프슛으로 맞받아쳤다. 두 선수의 득점대결에 관심이 모아졌다. 그런데 아마추어시절 팀 득점의 대부분을 책임졌던 두 선수지만 프로에서는 외국선수에 가려 비중이 크지 않았다. 이날 두 선수는 아이라 클라크(33점, 13리바운드)와 데이본 제퍼슨(24점, 7리바운드)을 보좌하는 조연역할에 머물렀다.
김종규는 3쿼터 종료직전 장거리 패스를 받아 시원한 투핸드 슬램덩크를 작렬시켰다. 하지만 승부처였던 4쿼터에는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다. 김종규는 8점, 9리바운드로 경기를 마쳤다. 장재석은 14분을 뛰고 2점, 3리바운드로 부진했다. 개인기록에서는 김종규의 판정승이었지만 팀 패배로 웃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대학리그서 득점을 책임지던 토종빅맨들의 부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외국선수가 버티는 프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선배 서장훈이나 김주성처럼 더 다양한 득점기술을 갈고 닦아야 하는 것. 김종규와 장재석 중 승자는 없었다. 대신 큰 숙제를 깨닫게 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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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