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 잡겠다는 SK, '80억'에 굴복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11.16 20: 56

정근우(31)를 잡기 위한 SK의 의지는 확고했다. 지금까지 팀 내에서 풀렸던 그 어떤 FA선수보다 더 많은 공을 들였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동원할 수 있는 ‘실탄’에 한계가 있었다.
SK와 정근우는 FA선수 원 소속구단 우선협상기간 마감일은 16일 저녁 인천 모처에서 만나 마지막 협상을 벌였으나 끝내 협상 타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SK는 지난 13일 롯데와 계약을 맺은 강민호(4년 총액 75억 원)에 이어 역대 FA 두 번째 대형계약인 4년 70억 원을 최종적으로 제시했다. 구단으로서는 여력을 총동원한 최종 베팅액이었다. 하지만 정근우는 고개를 흔들었다. 80억이라는 기존 요구액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SK로서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정근우는 2005년 SK에 입단한 이래 공·수·주를 모두 갖춘 대한민국 최고의 2루수로 성장했다. SK의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컸다. 부동의 리드오프였을 뿐만 아니라 SK의 내야를 지키는 수비의 핵심이기도 했다. SK는 정근우를 놓칠 경우 대안이 없다는 자체 결론을 내리고 ‘올인’을 선언했으나 정근우의 눈높이에는 모자랐다.

지난해부터 들였던 공도 수포로 돌아갔다. SK는 지난해 정근우의 연봉을 5억5000만 원으로 대폭 올렸다. 올해 FA 시장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보상금의 문턱을 높여 다른 팀들의 접근성을 불편하게 하려는 시도였다. 당시 SK는 “정근우를 반드시 잡겠다는 상징적인 연봉 계약”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가고시마에서 마무리캠프를 지휘하고 있는 이만수 SK 감독 역시 “정근우를 꼭 잡아달라”고 구단에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근우가 우선협상기간에 도장을 찍지 않음에 따라 모든 것은 휴지조각이 됐다. SK는 정근우가 시장에 나가면 다른 팀과 계약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미 모 구단에서는 SK 제시액 이상을 준비했다는 루머도 파다하다. 만약 정근우가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는다면 SK의 2루는 텅 빈다. 가뜩이나 올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SK의 올 겨울은 유난히 더 추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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