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전은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지난 8년간 셀 수 없을 정도로 수차례 했던 구성이다. 멤버들간의 쫓고 쫓기는 쫄깃한 긴장감을 담는 일련의 특집을 추격전이라고 모두 묶으면 더 이상 새로울 게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이해할 만하다. 어떻게 보면 재활용이라 치부할 수 있고, 어떻게 보면 추격전만 가지고 매주 방송하는 SBS ‘런닝맨’과 비교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무한도전’은 추격전을 끊임 없이 확장하고 변주하는데 시간을 쏟아붓고 있다. 이번 타임슬립(시간 이동)을 결합한 추격전 역시 그렇다.
‘무한도전’은 지난 16일 관상 특집 두 번째 이야기를 방송했다. 지난 9일 관상전문가의 도움 하에 멤버들의 관상으로 조선시대 신분으로 구분 지을 때만 해도 단순한 상황극 한 편을 보겠거니 했다. 그런데 양반이었던 유재석이 왕 정형돈에게 직언을 했다가 망나니로 신분이 추락한 후부터 조짐이 이상했다. 유재석은 신문물을 경험한 ‘대북곤’ 데프콘의 도움을 받아 2013년 서울로 시간 이동을 했다.
이후 긴박감 넘치는 추격전이 시작됐다. 최하위 신분 유재석부터 최상위 신분 정형돈이 박 하나를 들고 신분 쟁탈전을 벌였다. 단순히 뒤를 쫓아 박을 쳐서 신분을 쟁취하는가 하면, 왕 정형돈은 휴대전화를 가진 노비를 잡아 정보원으로 활용할 계략까지 세웠다. 여기에 제작진이 추격전의 묘미를 살리기 위해 투입한 데프콘의 활용법에 따라 신분 쟁탈전은 다양한 전략과 술수가 예상되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대결이 시작도 못한 가운데, 신분제도를 구분 짓고 시간 이동이라는 상황극을 더한 추격전은 무릎을 탁 칠만큼 기발하다.

제 아무리 추격전이 반전이라는 짜릿한 재미를 선사한다고 해도, 반복되면 지루한 법이다. ‘무한도전’은 술래잡기 형태를 띠는 추격전을 곧잘 활용했기에 단물이 빠졌다고 해서 전혀 이상할 게 없을 터다. 이들은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를 시작으로 ‘여드름 브레이크’, ‘꼬리잡기’, ‘의상한 형제’, ‘스피드’, ‘TV전쟁’, ‘말하는대로’, ‘100빡빡이의 습격’ 등 추격전의 변주를 꾀했다. 술래잡기라는 큰 틀 안에서 자유롭게 두뇌와 심리 싸움을 하는 멤버들에게서 재미를 뽑아냈다.
그 사이 SBS는 추격전만 내세운 ‘런닝맨’을 방송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오롯이 추격전의 재미를 뽑아내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런닝맨’이라는 프로그램의 등장은 ‘무한도전’ 추격전의 흥미를 떨어뜨리기 충분했다. 또한 시청자들에게 반복되는 그림으로 실망감을 안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추격전이 지겹지 않게 실험을 통해 진화하고 있다. 물론 창의적인 구성이 재미로 이어지지 않아 아쉬운 뒷맛이 있을 때도 있었지만 이 같은 도전은 프로그램의 구성을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됐다. 수년간의 추격전을 통해 멤버들의 계략은 날이갈수록 교묘해졌다. 서로에 대한 불신은 극대화됐으며, 제작진이 깔아놓는 장치들은 기발해지고 있다.
이번 시간 이동이라는 장치를 사용한 제작진과 맛깔스러운 상황극을 만들어낸 멤버들의 조합은 이 같은 노련한 구성의 집약체였다. 상황극 자체가 웃긴데다가, 이를 흥미롭게 받아들이는 거리 시민들과의 대화, 여기에 곁들어진 멤버들간의 갈등은 시간 이동 결합의 힘이었다. 숱한 드라마에서 보던 시간 이동 소재를 활용한 것은 ‘무한도전’ 추격전의 신의 한 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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