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촌. 비록 남남끼리라도 서로 이웃하여 다정하게 지내면 사촌과 같이 가깝게 됨을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지난 16일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인간의 조건'에서는 이러한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각박한 현실을 엿볼 수 있어 씁쓸함을 안겼다.
이날 멤버들(박성호, 김준호, 김준현, 정태호, 양상국, 허경환)은 이웃의 도움으로만 살아가는 미션을 수행하며 연남동 마을 잔치를 준비했다.
이웃을 초대하기 위해 떡을 돌리던 정태호는 지친 기색으로 집에 돌아와 "못 친해지겠다. 너무 어렵다"라는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주택가를 돌며 떡을 돌리려 했지만, 이웃들은 그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던 것. 낯선 타인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 일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또 직접 겪어본 이웃의 냉대에 마음이 서운한 것도 당연지사로 그 누구도 탓할 수 없는 일이다.

정태호는 "(얼굴을 아는)연예인이 아니라면, 누가 문을 열어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하며 타인을 의심하고 경계하는 이웃을 이해했지만 "시골에 가면 도와드릴 일도 많고 이 미션이 조금 더 쉬울 것 같다"고 못내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는 김준호도 마찬가지. 김준호는 숙소에 찾아와 편지를 건넨 어린이 팬에 흐뭇해했지만 곧 "요즘은 애들을 만지면 성희롱이라고 한다"고 조심스러운 마음을 전했다. 김준호는 흉흉한 사건 때문에 이웃에 선을 긋고 거리를 두는 이웃을 이해하면서도 정이라는 가치를 내세우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간 쓰레기, 휴대폰, 돈, TV, 인터넷, 전기, 물 없이 살기 등의 미션을 통해 소중함을 모르고 살던 것들의 가치를 다시 깨닫게 하던 '인간의 조건'은 개인주의가 팽배한 현실에서 이웃과의 담을 허물기 위한 이번 미션, '이웃의 도움으로만 살기'를 준비했다. 하지만 이번 미션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를 정도로 이웃과 선을 긋고 사는 세태를 오히려 뼈저리게 느끼게 하며 이웃과 함께 김장을 하는 멤버들의 모습에서 향수를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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