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시즌부터 붙박이 테이블세터로 활약하던 리그 굴지의 외야수를 붙잡아두지 못했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으로 이종욱(33)을 떠나보낸 두산 베어스가 과연 다음 시즌 그 대체자를 확실히 키울 수 있을 것인가.
두산은 16일 우선협상 기간 종료일 이종욱-손시헌(33)-최준석(30) 세 명의 FA들을 붙잡지 못했다. 이들은 17일부터 자유롭게 다른 8개 구단과 협상이 가능하다. 과열된 FA 시장과 세 선수들의 실력과 타 구단들의 입질을 감안했을 때 이 세 명이 다시 두산과 협상 테이블을 차릴 가능성은 한없이 0에 수렴한다.
1군 야수층이 두꺼운 편인 두산은 손시헌과 최준석의 이탈에 대비한 보호 장치는 갖추고 있다. 이미 김재호가 지난해 후반기와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서부터 유격수 자리를 지키며 손시헌 못지 않은 뛰어난 공헌도를 보여줬고 미래의 내야 주축으로 기대를 모으는 허경민의 원 포지션도 유격수다. 1루-지명타자 요원인 최준석의 경우도 윤석민, 오재일 혹은 새로 가세할 외국인 타자로 메울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종욱. 옹박의 주인공 토니 자를 연상시키는 강렬한 인상과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플레이로 팬들의 큰 사랑을 받은 이종욱은 두 명의 FA 동기생들과 함께 그동안의 팀 공헌도가 컸던 선수다. 이미 수 년 간 그의 활약 여부에 따라 팀의 승패 향방이 걸린 경우가 허다했던 만큼 팬들은 ‘종박 베어스’라는 단어도 붙이며 이종욱의 활약을 칭찬했다.
수비 면에서 그의 공백을 메울 선수는 많다. 이종욱 본인이 직접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한 정수빈과 올 시즌 팀 리딩히터(3할1푼9리) 민병헌, 팀에서 주목하고 있는 우타자 박건우, 좌타자 오현근 등이 중견수 보직을 맡을 수 있다. 올해 1라운드 신인 김인태는 일단 경찰청 입대를 확정지은 가운데 수비, 주루 면에서 대체 선수는 많다. 그러나 1번 타자로서 출루 능력과 투수를 수싸움에서 괴롭힐 수 있는 능력까지 복원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정수빈은 데뷔 5시즌 동안 통산 타율 2할7푼2리를 기록했다. 커리어하이 타율은 2011년 2할8푼5리이고 올 시즌은 2할7푼6리. 크게 나쁜 편은 아니지만 선구안에서 아직 약점을 보이고 있다. 정수빈은 5시즌 동안 222개의 삼진을 당하면서 사사구는 131개를 기록했다. 올 시즌에는 29삼진-22사사구로 점차 나아졌다. 그러나 아직은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떨어지는 변화구에 속수무책이 되는 경우가 많아 포크볼-체인지업을 주무기로 삼는 투수를 상대로는 두산 코칭스태프가 정수빈을 선발 라인업에 내세우길 꺼려했다.
기량 성장세가 컸던 민병헌은 타율 3할1푼9리를 기록하며 출루율 3할8푼7리의 성적을 남겼다. 삼진 62개에 사사구 47개. 1번 타자로 가끔씩 나섰던 민병헌의 톱타자로서 성적은 2할7푼5리 1홈런 4타점 9삼진 10사사구다. 크게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선수 본인이 1번 타자로 테이프를 끊는다는 데 부담을 갖고 뛰어왔다. 2008시즌 초반에도 민병헌은 자신이 1번 타자로 뛰는 데 부담을 나타내다 연이은 부상과 부진으로 안 좋게 시즌을 끝낸 바 있다.
오히려 민병헌은 2번 타자로서 3할1리, 3번 타자로서 4할2푼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였다. 선수 본인이 소극적인 모습을 탈피하는 것이 우선이다. 민병헌의 경우는 송구 기복에서 정수빈보다 완만한 편인 강견이라 이종욱의 대체자라기보다 주전 우익수로 보는 것이 옳다. 박건우, 오현근 등은 아직 1군에서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선수들이라 마무리훈련과 스프링캠프에서 기량을 쌓는 것은 물론 1군에서 성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급선무다. 가장 좋은 계획도는 정수빈이 선구안을 발전시켜 투수의 진을 빼놓을 수 있는 1번 타자가 되는 것이다.
외야수가 아닌 내야수가 1번 타자로 나설 수도 있다. 1루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허경민은 빠른 발을 갖춘 데다 의외로 삼진을 잘 당하지 않는 스타일의 타자다. 1군 첫 2시즌 동안 허경민은 31개의 삼진을 당하면서 사사구 48개를 얻었다. 경찰청 복무 시절이던 2011년에는 5월 하순이 되어서야 시즌 첫 삼진을 당했을 정도로 이전부터 투수를 괴롭히는 능력이 뛰어났다.
검증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가장 유력한 대체자인 정수빈은 아직 좀 더 배워야 한다는 외부의 평이 지배적이다. 센터라인을 튼튼하게 구축할 수 있는 토대는 갖춰졌으나 문제는 테이블세터진을 새로 구축해야 한다는 점. ‘종박’을 떠나보내는 것이 사실상 확정적인 두산은 다음 시즌 누구에게 1번 타순을 맡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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