탬퍼링 의혹, 불신의 시대 도래하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11.17 06: 42

그저 FA시장에 떠도는 소문일까. 아니면 공공연한 사실일까. 프로야구판에 탬퍼링(사전접촉) 의혹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구단들끼리도 서로 믿지 못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역대 최고의 판으로 불렸던 2014년 FA시장도 이제 원 소속구단 우선협상기간이 끝났다. 시장에 나온 15명의 선수 중 6명(이용규 정근우 이종욱 최준석 손시헌 이대형)이 원 소속구단과의 협상에 실패하며 집 밖으로 나왔다. 모두 다른 팀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선수들이다. 이미 강민호가 롯데와 4년 75억 원, 장원삼이 삼성과 4년 60억 원에 계약하며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는 FA시장이 또 하나의 이슈를 낳는 모습이다.
그런데 찜찜한 이야기가 자꾸 흘러나오고 있다. 바로 탬퍼링이다. “어느 구단이 어떤 선수에게 이미 얼마를 제시했다더라”라는 말이 야구계에서 나돌고 있다. 엄연한 불법이지만 거스를 수 없는 대세처럼 자리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루머는 이용규 정근우 등 최대어급 선수들이 구단의 제시액을 거부하고 나오면서 점점 생명력을 더해간다. 이용규는 KIA의 4년 총액 60억 안팎 제의, 정근우는 SK의 4년 70억 원 제의를 거부하고 시장에 나왔다.

한 야구계 인사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시장에 끊임없이 탬퍼링 의혹이 돌고 있다”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용규와 정근우가 원 소속구단의 대형 계약을 뿌리친 것은 이미 그 이상의 언질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예상을 깨고 원 소속구단을 박차고 나온 선수들도 상황이 다를 뿐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해당 구단들은 이 사실을 언급하며 간접적으로 불쾌함을 표시하고 있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그런 이야기가 나와서는 안 된다는 자세다.
탬퍼링 의혹은 FA시장 때마다 항상 존재했다. 구단 사이에 얼굴을 붉히는 일도 간혹 있었다. 하지만 명확한 물증을 잡기가 어렵다는 게 문제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사법기관이 아니다. 구단 관계자가 아닌, 지인들을 통해 선수들에게 전달되는 메시지까지 잡아낼 수는 없다. 여기에 원 소속구단 우선협상기간 훨씬 이전에 오고가는 이야기는 사실상 규제의 한계가 있다.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이야기가 아니라면 실체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선택은 두 가지였다. 더 강력한 제재 방안으로 탬퍼링을 막는 것, 그리고 아예 원 소속팀 우선협상기간 제도를 없애 모든 팀들이 자유 경쟁을 하는 방안이었다. 당초 후자가 유력했다. 올해 초 9개 구단 단장회의에서는 몇몇 단장들을 중심으로 “의미가 없어진 우선협상기간 제도를 폐지하자”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 선택은 반대가 됐다. 제도는 그대로 두고 탬퍼링 규제를 더 강화했다. 물론 약발은 없었다.
분명 탬퍼링은 불법이다. 정해진 룰을 지키지 않는 경쟁은 그 의미가 희석되기 마련이다. 이제는 구단끼리도 서로를 믿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탬퍼링을 하지 않고 정직하게 살면 손해를 본다”라는 인식이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이는 앞으로의 FA시장에서도 좋은 징조는 아니다. 수준급 선수들을 향한 각 팀들의 구애가 본능적인 것이라면, 차라리 제도 개선을 통해 불신이라도 제거하는 노력이 필요할지 모른다. 동업자들 사이에서 깨지는 신뢰는 전체 프로야구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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