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서 어떤 이유라도 일부러 지는 것은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미국대학농구의 명문 듀크대의 감독 마이크 슈셉스키(66)가 고의패배 의혹을 받고 있는 일부 미국프로농구(NBA)팀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슈셉스키는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열린 ‘2013 챔피언스 클래식’에 참가했다. 이 대회는 미국최고의 4개대학 남자농구부 캔자스, 듀크, 켄터키, 미시건주립대가 초청돼 서로 맞붙는 형식으로 치러졌다.
일명 ‘코치K’로 불리는 슈셉스키의 듀크대는 캔자스와 접전 끝에 84-93으로 무릎을 꿇었다. 두 팀의 ‘슈퍼신입생’으로 불리는 앤드류 위긴스(18, 캔자스)와 자바리 파커(18, 듀크)의 대결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두 선수는 내년 NBA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를 다투는 재목들이다. 파커는 27점, 9리바운드로 경기를 지배했지만 22점, 8리바운드로 활약한 위긴스에게 승리를 내줬다. 특히 후반전 막판 위긴스의 덩크를 막던 파커는 5반칙 퇴장을 당했다.

위긴스와 파커는 당장 NBA에 내놔도 수준급 활약을 펼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여기에 켄터키의 신입생포워드 줄리어스 랜들은 미시건 주립대를 상대로 27점, 13리바운드를 퍼부었다. 세 선수를 잡기 위해 벌써부터 NBA팀들은 고의 패배 경쟁을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올 시즌 성적이 저조해야 세 선수를 잡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캔자스와 경기 후 슈셉스키는 “위긴스와 파커, 랜들은 정말 훌륭한 신입생들이다. 앞으로 미국농구를 이끌고 갈 재능이 충분한 선수들”이라고 인정했다. 이어 NBA팀들의 고의패배에 대해 “만약 사실이라면 엄청난 불명예다. 미국스포츠팬들은 일부러 패하는 팀들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슈셉스키는 ESPN의 기자에게 “대체 어떤 팀이 일부러 지느냐? 기자들은 알고 있지 않냐”면서 추궁해 웃음을 유발했다.
미국남자대표팀 감독까지 역임하고 있는 슈셉스키의 발언은 의미가 크다. 그는 미국 아마추어 농구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NBA는 지난 2006년부터 고졸선수의 프로직행을 금지했다. 따라서 고등학교를 마친 선수는 형식적으로 대학을 1년 거치거나 유럽무대서 뛴 후에 NBA드래프트에 참가한다. 위긴스나 파커 같은 슈퍼스타들은 보통 1학년만 마치고 프로에 간다.
캔자스, 듀크 등 미국최고의 대학팀들은 스타선수들이 1년만 뛸 것을 알면서도 치열한 스카우트 경쟁을 펼치고 있고 이런 경향은 심화되고 있다. 듀크는 16일 고교최고센터 자힐 오카포(17)와 1등 포인트가드 타이어스 존스의 내년 동반입학이 확정됐다. 전미고교랭킹 전체 3위의 파워포워드 클리프 알렉산더는 캔자스 입학을 선언했다. 이 선수들 역시 이변이 없는 한 1학년만 마치고 프로로 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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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슈셉스키 듀크대 감독(위), 캔자스대의 신입생 앤드류 위긴스(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