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1~4위 272억원 대박… 'FA 빅4' 해피엔딩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11.17 09: 53

프로야구 1년 구단 운영비는 200~300억원 정도다. 이 돈이면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의 연봉을 비롯해 구단 운영에 관련된 모든 금액을 충당할 수 있다.
정해진 구단 운영비가 있기 때문에 한 선수에게 과다한 연봉을 지급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2013년 FA 시장에서 역대 기록을 경신한 4명의 선수가 4년 동안 받기로 한 금액만 272억원이다. 연평균 80억원에 조금 못 미치는데 이 금액이면 웬만한 구단 운영비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그 만큼 한국프로야구 시장이 커졌고, 선수들의 몸값도 한층 올라가게 됐다.
한화는 17일 오전 정근우와 이용규를 동시에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정근우는 계약금 35억원에 연봉 7억원, 옵션 7억원으로 총액 70억원, 이용규는 계약금 32억원에 연봉 7억원 옵션 7억원으로 총액 67억원이다. 한화는 둘을 영입하는데만 무려 137억원을 투자했다. 류현진(다저스)이 작년 팀을 떠나며 남긴 거액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날 한화가 영입을 발표한 정근우와 이용규 외에도 강민호(롯데, 75억원)와 장원삼(삼성, 60억원) 모두 프로야구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이른바 'FA 빅4'는 차례로 역대 FA 계약 1,2,3,4위에 이름을 올렸다. 종전 기록이었던 심정수(4년 60억원)을 가뿐히 넘어선 기록이다. 장원삼은 심정수와 비교했을 때 총액은 같지만 심정수에게 마이너스 옵션이 걸려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그를 넘어섰다고 봐도 무방하다.
올해 FA 시장은 개장 전부터 역대 최고금액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최대어 강민호가 13일 롯데와 75억원에 잔류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장 분위기를 이끌었다. 정근우는 강민호를 기준점으로 삼아 협상 테이블에 앉았고, 이용규 역시 작년 김주찬(4년 50억원)보다 무조건 더 받아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구단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높은 금액으로 이들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투수 역대 최고액 기록을 세운 장원삼은 공개적으로 그에 대한 관심을 보인 구단 때문에 몸값이 더 올라갔고 60억원에 도장을 찍는데 성공했다.
'FA 빅4'는 시장상황과 과열된 영입경쟁 덕을 톡톡히 봤다. 올해 한국 프로야구는 입장관중이 소폭 감소하는 등 조정기를 맞았지만 오히려 FA 선수들의 몸값은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4명의 선수 모두 예상했던 금액을 뛰어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어느 때보다 마음 편한 겨울을 맞이하게 됐다. 물론 비싼 몸값만큼 부담도 느끼겠지만 당장 내년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면 될 일이다.
이들 4명이 기록한 금액만 272억원. 아직 FA 시장이 폐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남은 선수들도 어느정도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종욱과 손시헌, 최준석, 이대형 등이 시장에 남아 있는데 이들 가운데 최대어로 꼽히는 이종욱도 비슷한 유형의 선수인 이용규의 사례를 들어 영입을 원하는 구단과의 협상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더욱 흥미로운 건 내년, 그리고 내후년이다. 내년 시장에 나오는 최정은 벌써부터 강민호의 역대 최고액을 위협할 선수로 꼽히고, 내후년에는 강정호와 김현수가 FA 자격을 얻는다. 모두 한국 프로야구를 이끄는 젊은 선수들이고 20대에 FA 자격을 얻는다. 만약 이들이 한국 잔류를 선택한다면 올해 'FA 빅4'가 이정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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