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정근우(31)를 놓친 SK가 냉정한 현실과 마주치고 있다. 이 충격을 얼마나 잘 흡수하느냐에 내년 성적도 달렸다.
한화는 17일 FA시장에 나온 정근우와의 계약을 발표했다. 한화는 정근우와 4년 총액 70억 원(계약금 35억 원, 연봉 7억 원, 옵션 7억 원)의 대형계약을 제시해 도장을 끌어냈다. 반면 16일 마지막 협상에서 4년 70억 원을 제시하고도 정근우와의 계약에 실패한 SK는 또 한 번의 허탈하게 FA시장서 물러났다.
아쉬움이 크다. 정근우는 9년 동안 SK에서 뛰며 팀의 2루를 책임졌다. 공·수·주에서 고른 활약이 돋보였다. 3할에 30도루, 그리고 두 자릿수 홈런을 때릴 수 있는 펀치력에 리그 정상급 수비력까지 갖췄다. 이런 정근우가 빠져 나간 SK의 내야와 라인업은 허전할 수밖에 없다. 당장 대체자를 찾아야 할 판인데 마땅한 후보가 눈에 띄지 않는다. 코칭스태프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년 4강 재진입을 위해서는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구단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일단 FA시장에서는 특별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17일 오전 현재 시장에 남아 있는 선수는 이종욱 손시헌 최준석 이대형까지 4명이다. 외야 자원이 많은 SK이기에 이종욱과 이대형은 일단 후보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최준석은 이재원 김상현 등과 포지션이 겹치고 손시헌은 2루의 대안은 아니다. 최정을 비롯한 내년 FA 선수들도 생각해야 한다. 정황상 FA시장에서는 철수할 것이 유력하다.
FA시장에서의 외부 수혈이 없다면 외국인 선수로 전력 보강을 꾀하는 방법은 있다. 내년부터는 투수 2명+타자 1명의 외국인 보유 규정이 유력한 만큼 정근우의 빈자리를 외국인으로 메우는 방안이다. 당초 SK가 필요로 했던 외국인 타자는 4번 자리에 들어갈 거포형 선수였지만 정근우의 이탈로 많은 것이 바뀔 수도 있다.
SK 스카우트들은 지난 15일 도미니카로 출국해 외국인 선수를 물색하고 있다. 팀에서는 크리스 세든과 조조 레이예스라는 두 명의 기존 외국인 투수들과 재계약을 생각하고 있어 일단 야수 쪽에 초점을 맞추는 중이다. SK의 한 관계자는 스카우트들의 출국 당시 “타자들에 대한 정보가 투수 쪽에 비하면 부족하다. 그래서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우수선수를 위주로 폭넓게 보겠다”라고 했는데 정근우의 이적으로 내야수 쪽을 좀 더 집중적으로 관찰할 가능성이 있다.
팀 내 육성도 화두로 떠올랐다. 정근우가 2루를 굳건히 지킨 까닭에 SK는 상대적으로 2루수들의 성장이 더뎠다. 하지만 이제는 올해까지만 해도 백업 선수들이었던 김성현 박승욱 등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절실해졌다.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팀 내 육성 프로젝트도 더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한편 가능성을 점치기는 이른 시점이지만 향후 트레이드를 통한 내야 보강도 배제할 수 없는 시나리오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