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이용규 미스터리, 왜 새벽에 사인을?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11.17 13: 27

정근우(31)와 이용규(28)는 “시장에 나가서 내 가치를 알아보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런데 그 가치 평가는 새벽 사이 단 몇 시간만에 끝났다. 한화의 거대 베팅이 모든 가능성을 잠재웠다. 다만 모든 궁금증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한화는 17일 아침 일찍 정근우와 이용규의 동시 영입을 발표해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정근우와는 4년간 계약금 35억 원, 연봉 7억 원, 옵션 7억 원 등 총액 70억 원에 계약했다. 이용규도 계약금 32억 원, 연봉 7억 원, 옵션 7억 원의 총액 67억 원 대형계약이었다. FA시장 역대 2·3위 계약을 새벽 사이 끝낸 셈이 됐다. 그 사이에 4년 137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썼다.
세간의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전이었다. 정근우는 SK의 4년 총액 70억 원 제의를 거부하고 시장에 나왔다. 이용규도 KIA측에서 60억 원을 상회하는 거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선수 모두 16일 오후 원 소속구단과의 협상이 결렬됐다. 이를 따지면 반나절 만에 계약을 한 셈이 된다. 액수가 크다는 점에서 ‘전력 보강’에 사활을 건 한화의 저돌적인 협상력이 빛을 발했다. 의지도, 배짱도, 돈도 있었다. 팬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다만 몇몇 부분에서 의구심은 남아 있다. 발표 시점, 그리고 금액적인 측면에서 야구 관계자들과 팬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보통 시장 가치를 평가받으려면 최대한 많은 팀과 협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경쟁이 붙으면 자연스레 몸값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 가능성도 엿보였다. 두 선수를 원하는 팀이 적지 않을 법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용규는 외야 최대어였다. 영입한 한화를 비롯, 롯데도 관심을 가질 법했다. 정근우는 내야수 중 최고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역시 한화를 비롯해 롯데와 NC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두 선수가 한화 외 다른 구단의 제시를 들어봤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23일까지의 시간적 여유를 최대한 활용하지 않았다. 조금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한화의 베팅액을 살펴봐도 그렇다. 한화는 정근우에게 70억 원을 제시했다. 옵션 7억 원이 포함된 수치였다. 총액 측면에서 SK와 같았다. SK도 옵션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규 역시 총액에서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협상을 통해 몸값을 더 올리거나 최소한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는 여건이었다. 하지만 두 선수는 새벽부터 찾아온 한화 관계자들에게 나란히 도장을 내밀었다. 진정성을 느꼈다는 말과 함께였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사전접촉설이나 이면계약설은 확인된 바가 없다. 어디까지나 추측이다. 다만 이 때문에 SK와 KIA팬들의 이해를 구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으로 보인다. 구단 제시액과 크지 않은 금액에 나란히 도장을 찍은 두 선수에 대한 여론은 섭섭함으로 흘러가고 있다. 구단은 물론 팬들의 희비도 극명하게 엇갈린 2013년 11월로 기억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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