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를 대표하는 국가대표 테이블세터 요원 세 명 중 두 명이 한 팀으로 향했다. 그렇다면 대체재로 남은 남은 한 명에게 눈길이 쏠릴 가능성이 크다. 정근우와 이용규가 모두 한화 이글스로 종착지를 정함에 따라 두산 베어스서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취득한 ‘종박’ 이종욱(33)의 가치도 덩달아 올라가고 있다.
한화는 FA 타 구단 협상 첫 날인 17일 아침 FA 내야수 정근우, 외야수 이용규를 영입했다. 정근우는 4년간 총액 70억원(계약금 35억원, 연봉 7억원, 옵션 7억원)에, 이용규는 4년간 총액 67억원(계약금 32억원, 연봉 7억원, 옵션 7억원)에 입단 계약을 맺었다. 한화는 이 두 명을 영입함에 따라 FA 영입 한도를 채우고 일찌감치 FA 바다에서 만선에 성공했다.
공격적인 전략으로 한화가 테이블세터진을 모두 채우면서 남은 테이블세터 요원은 이종욱과 이대형이다. 그러나 현역 최다 도루(379도루, 역대 4위)를 기록 중인 이대형의 경우는 지난 2년 간 부진한 모습을 보여준 데다 원 소속팀이던 LG에서도 점차 자리를 잃어가던 상황이라 타 구단들이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선수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렇다면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 정근우-이용규의 가장 강력한 대체재는 이종욱이다.

이종욱은 2003년 현대 데뷔 후 2년 뒤 상무 제대와 함께 방출되어 1군 출장 기록 없이 2006년 두산에 입단했다. 그리고 이종욱은 올 시즌까지 두산 부동의 테이블세터이자 주전 중견수로 활약하며 913경기 2할9푼3리 19홈런 314타점 570득점 283도루의 성적을 남겼다. 특히 올 시즌 3할7리 6홈런 52타점 30도루로 호성적을 올렸다는 점은 이종욱의 가치를 더욱 높여준다.
두산과의 우선협상 첫 날 협상이 끝난 후 이종욱은 “2년 전 이택근(넥센), 지난해 김주찬(KIA)이 테이블세터 요원으로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던 만큼 나도 톱타자로서 걸맞는 대우를 받고 싶다”라는 말로 생애 한 번 찾아오기 어려운 FA 기회를 마음껏 누려보고 싶어 했다. 두산에서도 이종욱을 40억원대 대형 계약으로 잡고 싶어했으나 선수와 이견이 생기며 FA 자유 협상 시장으로 나오게 되었다.
정근우와 이용규가 모두 한화로 둥지를 틀면서 이종욱의 가치도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종욱에 비해 좀 더 젊은 정근우와 이용규를 내심 염두에 두던 팀이 그 대체재로 이종욱을 노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 성적 면에서 이종욱은 둘에 비해 크게 뒤질 것이 없는 데다 연봉이 1억9700만원으로 대폭 저렴하다. 보상금액이 현저하게 줄어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체재라 가치가 덩달아 상승할 수 있다. 정근우를 잃은 SK, 이용규가 떠난 KIA가 눈독을 들일 만 하지만 가장 유력한 행선지로 예상되는 곳은 바로 롯데다.
롯데의 경우는 올 시즌 붙박이 1번 타자 없이 시즌을 치러왔다. 시즌 전 롯데는 황재균이 그 역할을 해주길 바랐으나 선구안 면에서 팀이 원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김문호가 시즌 초반 예상 외로 좋은 활약을 펼쳤으나 5월 하순 무릎 부상으로 인해 전열 이탈하며 시즌 아웃되었고 이승화도 8월 중 무릎 부상을 당하며 2군으로 내려갔다 왔다. 막판에는 신인 조홍석이 잠시 나오기도 했다. 김주찬이 KIA로 떠난 후 롯데는 올 시즌 붙박이 1번 타자 없이 시즌을 치렀고 결국 6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김시진 감독도 시즌 말미 다음 시즌 가장 필요한 부분에 대해 1번 타자를 언급하면서 “김문호, 이승화, 조홍석 등 세 명 중 1번 타자감이 나와야 한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부산 출신인 정근우의 롯데행 가능성도 시즌 중 솔솔 풍겨왔으나 한화로 종착지를 정함에 따라 롯데에게도 이종욱이 절실해졌다. ‘외부 FA 영입은 없다’라고 천명했던 SK와 KIA가 이종욱에게로 급선회할 가능성도 있으나 일단 이종욱의 경우는 롯데 이적 가능성이 가장 높다.
자원이 귀해지거나 고갈되면 결국 대체재의 가치도 상승하게 마련. 이종욱은 정근우와 이용규에게 비해 2~4살이 많지만 아직 활약도 면에서는 그들에 뒤지지 않는다. 심지어 올 시즌 성적은 셋 중 가장 앞서 있다. 큰 손 한화의 FA 만선에 이종욱의 가치는 점차 올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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