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금이다. 최근 FA 시장을 보면 저 유명한 격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겠지만, 프로야구 선수에게 2년이라는 시간은 더욱 소중하다. 각 팀별 주전급 선수들은 평균 10년을 조금 넘는 선수생활을 하는데 전성기는 더 짧다. 그들에게 2년이란 선수생활의 20% 가까이에 해당한다. 게다가 기량이 만개하는 20대 중반의 2년이기 때문에 더욱 값지다. 그래서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병역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회 출전은 선수들에게 최고의 동기부여를 한다.
병역혜택을 받은 선수들은 FA 시장에서 몸값이 더 올라가게 된다. 시장에서 선수들의 몸값은 과거 성적이 아니라 미래 가치로 결정된다. 당연히 한 살이라도 젊은 선수가 더 높은 가치를 갖는다. 같은 성적이라면 전성기가 더 오래 지속될 선수에게 투자하는 것이 당연하다. 고졸 선수라도 아무리 빨라야 20대 후반에야 FA 자격을 얻는데 선수의 최전성기는 20대 후반~30대 초반인 걸 감안하면 2년이라는 시간이 갖는 가치는 크다.

2013년 FA 시장은 역대 최고로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2005년 심정수가 삼성으로 옮기며 받은 4년 60억원은 한동안 깨지지 않던 기록이었지만 올해 4명의 선수가 이를 가뿐히 넘어섰다. 강민호가 롯데와 재계약을 맺으며 75억원, 정근우가 한화로 옮기며 70억원, 이용규가 한화로 이적하며 67억원, 장원삼이 삼성에 잔류하며 60억원을 받았다. 장원삼은 심정수와 액수는 같지만 60억원 모두 보장액이라는 걸 감안하면 사실상 10억원 이상 더 받는 셈이다.
흥미로운 건 이들 4명 모두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다. 이를 통해 병역혜택을 받은 4명의 선수들은 2년이라는 시간을 벌 수 있었고 이후 기량을 유지한 덕분에 FA 대박을 터트릴 수 있었다. 말하자면 베이징올림픽의 수혜자인 셈이다.
한국 프로야구 중흥의 계기가 되었던 베이징올림픽은 출전 선수들에게 축복이었다. 당시 14명의 선수(이택근, 송승준, 고영민, 이대호, 정근우, 장원삼, 강민호, 권혁, 이용규, 윤석민, 류현진, 김현수, 한기주, 김광현)가 병역혜택을 받았는데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FA 시장에서 대박을 터트리거나 해외에 진출해서 활약하고 있다.
류현진(다저스)과 이대호(오릭스)는 한국이 좁다는 듯 해외에 진출, 모두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류현진이 기록적인 포스팅 금액을 기록했던 건 전적으로 젊은 나이 덕분이었다. 올해 FA 자격을 얻은 윤석민은 메이저리그 진출이 눈앞이고 마찬가지로 FA(국내 한정) 신분이 된 오승환도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이택근은 베이징올림픽과 동시에 대졸선수 FA 취득 1년 단축이라는 혜택을 받으며 2011년 50억원을 받았다. 당시 이택근이 기록한 50억원은하나의 이정표가 돼 현재 FA시장의 흐름을 이끌고 있다. 그리고 강민호, 정근우, 이용규, 장원삼은 올해 시장에서 제대로 가치를 인증받았다.
'베이징 금메달 세대' 가운데 병역혜택을 받은 주요 FA 후보선수는 김현수(두산)와 김광현(SK)이 남았다. 김광현은 부상으로 인해 결장이 많아 3년은 있어야 FA 자격을 얻지만 김현수는 내후년 FA가 된다. 이들까지 만약 시장에서 높은 대우를 받는다면 베이징올림픽은 선수 몸값에서도 한국 프로야구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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