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날 정도다".
1년 전 이맘 때 한화는 초상집 분위기였다. 에이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로 약 280억원 포스팅 금액을 얻어 FA 시장 큰 손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빈손으로 돌아섰다. 김응룡 감독은 실망을 금치 못했고, 프런트는 책임론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1년만에 한화는 FA 시장의 최고 승자가 돼 활짝 웃고 있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그동안 힘들었는데 눈물이 날 정도"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FA 시장에서 한화는 한 명의 외부 선수도 건지지 못했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김응룡 감독이 2명의 FA 영입을 요청했는데도 빈손이었다. 자금력에서는 밀릴 게 없었지만, 선수들의 마음을 사로 잡지 못했다. 이렇다 할 전력보강 없이 겨울을 보낸 한화는 결국 프로야구 사상 첫 9위가 돼 고개를 숙여야 했다.

하지만 한화는 실패를 거울 삼아 절치부심했다. 한화 구단 고위 관계자들은 FA 영입에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여러군데 조언을 구했다. 시즌 중에도 "FA 시장에서 반드시 2명의 선수를 영입해야 한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노재덕 단장은 "올해도 FA를 잡지 못하면 내년에 나를 보지 못할 것"이라며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다.
한화는 FA 시장에서 전 포지션의 모든 선수들을 영입대상으로 삼으며 팀 전력이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을 우선 대상으로 찍었다. FA 시장 개시 전부터 "무조건 외부 FA 2명을 영입하겠다"고 선언하며 주도권을 쥐었다. 우선협상기간 동안 돌아가는 분위기를 파악, 조직적으로 움직일 계획을 마쳤다.
일단 내부 FA 단속이 먼저였다. 우선협상 하루 남겨놓고도 이견보이며 어려움을 결렬 위기에 놓였지만 노재덕 단장이 최종 협상자로 나서 한 번에 해결했다. 이대수를 4년 총액 20억원, 한상훈을 4년 총액 13억원, 박정진을 2년 총액 8억원으로 붙잡았다. 내부 FA 선수들의 경우 합리적인 선에서 계약하기 위해 "초반에는 강하게 밀어붙여라"는 노 단장 지침이 있었고, 난항을 보이자 마지막 협상에서 통큰 상향조정으로 마무리했다.
뒤이어 최대 목적이었던 외부 FA 영입을 위해 밤샘 작업을 진행했다. 내부 FA 협상을 위해 제주도에서 대전으로 올라온 노 단장은 하루 만에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강행군을 소화했고, 김종수 운영팀장이 고려대 후배 정근우를 만나기 위해 인천으로 향했다. 밤샘 협상을 통해 정근우는 4년 총액 70억원, 이용규는 4년 총액 67억원에 사인했다. 도장을 받자마자 아침 일찍 김응룡 감독을 비롯해 구단에 보고가 이뤄지며 축포를 울렸다.
1년 전 구단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던 김응룡 감독은 올해 "구단에서 고생을 많이 했다"며 반색했다. 1년 전 실패를 거울삼아 절치부심한 한화 프런트는 총액 200억원에 가까운 거액을 투자했다. 발 빠르게 움직이며 정성을 쏟았고, 속전속결로 해결하는 수완까지 발휘했다. 실패의 아픔을 딛고 투자와 정성이 결실을 맺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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