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형, ‘애증’ 남기고 LG 떠났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3.11.17 14: 50

“(이)대형이는 분명 더 잘 할 수 있는 선수다.”
그동안 LG를 거친 감독과 코치 모두 이대형(30)에 대해서는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프로 3년차부터 도루 37개를 기록, 현역 도루 1위에 빛나는 이대형을 두고 욕심이 없는 게 더 이상했다.
도약 또한 빨랐다. 5년차였던 2007시즌 타율 3할8리 53도루 68득점을 기록했고 이후 2010시즌까지 4년 연속 도루 50개 이상을 올렸다. 도루하면 자연스레 이대형이 떠오를 정도로 그의 다리는 무적이었다. 스피드와 타이밍, 그리고 헤드퍼스트 슬라이딩까지 도루에 필요한 세 가지 요소가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상대 배터리가 도루를 예측해도 이대형은 가뿐하게 2루 베이스를 훔쳤다.

스피드만 있는 반쪽짜리 선수라는 꼬리표도 붙어 다녔다. 3할 타율을 기록한 시즌은 단 한 차례뿐, 타격은 거의 매년 하락세였다. 수많은 타격코치가 이대형을 출루시켜 스피드를 살리려 두 팔을 걷었지만, 효과는 없었다. 일단 상대 내야 시프트의 벽을 넘지 못한 게 컸다. 내야안타의 비중이 극도로 높기에 이대형이 타석에 서면 상대팀 내야진은 한두 발 전진했고, 이대형은 시프트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2012시즌을 앞두고 김기태호가 닿을 올릴 때, 김기태 감독과 김무관 타격코치의 과제 역시 이대형의 부활이었다. 김 감독은 누누이 “대형이가 타선의 키다. 대형이만 자리 잡으면 우리 팀 공격력이 2, 3배 좋아 질 것이다”고 했고 김 코치 또한 “안 좋은 습관들이 있는데 이를 바로잡을 수만 있으면 팀 전체에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하지만 결과는 이번에도 제자리 걸음이었다. 이대형은 타석에서 수차례 타격폼이 변했고 좀처럼 김 코치의 지도를 흡수하지 못했다. 김 감독은 이대형의 소극적인 성격을 변화시키기 위해 지난해 마무리캠프서 주장 완장을 달아줬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 결국 LG는 몇 차례 이대형을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기도 했다. 
이대형은 장타율과 OPS 부문에서 매년 리그 최하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루상에서는 가장 효율적인 주자지만, 타석에선 정반대인 타자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1시즌 부상 이후 스피드도 잃어버렸다. 당해 어깨 부상으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자제하면서 도루 성공률 66.7%를 기록했다. 2012시즌 도루 성공률 89.3%로 회복하는 듯했으나 올해 59.1%로 더 커리어 최저 기록을 남겼다.
무엇보다 LG서 이대형이 들어갈 자리가 점점 희미해진 게 치명타였다. 두 이병규(9번‧7번) 박용택 이진영 정의윤 등의 존재로 이대형은 벤치서 경기에 임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대수비로 나올 때는 자기 역할을 100% 소화했으나 적은 출장횟수로 도루에 대한 감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았다. 결국 이대형은 점점 자신의 장점을 잃어버렸고 애매한 시점에서 FA 자격을 얻었다.
이대형의 이적을 놓고 찬반양론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LG도 이대형과 FA계약을 체결하는 것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2013시즌의 이대형은 수비 외에는 뚜렷한 강점이 없다. 유니폼을 갈아입고 반전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11년차 서른 살, 운동능력을 주로 삼아 활약한 외야수에게 그 확률은 높지 않다.
이대형과 협상 테이블에 앉은 송구홍 팀장은 “대형이가 그동안 팀을 위해 희생한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안다. 도루 50개 이상을 무려 4년 연속으로 해냈다. 나 또한 선수 시절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면서 말도 할 수 없는 고통을 수차례 느꼈다. 대형이는 일 년에 100번이 넘게 몸을 날린다”면서도 “그래도 계약은 계약이다. 결국 서로 원하는 계약 규모의 차이가 있었다. FA 협상에 임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협상이 안 된다고 계약규모를 크게 하는 것은 안하려 했다. 대형이와의 협상 또한 마찬가지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분명 이대형은 21세기 LG의 얼굴 중 한 명이다. 팀이 암흑기에 빠졌을 때 도루왕 타이틀을 석권하며 LG 팬들에게 유일한 희망을 선사했었다. 특히 역사상 가장 치열한 도루왕 경쟁이 펼쳐진 2010시즌에는 이대형의 도루 하나에 LG 팬들은 웃고 울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이대형은 4년 24억원에 KIA 유니폼을 입으며 변화를 택했다. 암흑기를 걷어낸 LG 또한 이대형에게 거액을 투자, 이대형을 잔류시키지 않아도 충분히 탄탄한 팀 전력을 갖추고 있다. 이렇게 이대형과 LG의 인연은 애증만 남기고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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