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절 동안 프리에이전트(FA) 선수들의 대이동이 일어났다. 최하위 한화 이글스가 정근우(31), 이용규(28)를 잡은 것을 시작으로 미아 없는 FA 시장이 되어 장이 하루 만에 끝났다. 2013년 11월17일 거세게 몰아친 FA 대이동 폭풍은 2014 페넌트레이스 판도를 흔들 수 있을 것인가.
17일 하루 동안 FA 이적 시장에 대단한 변동이 있었다. 해 갓 떴을 무렵 정근우와 이용규가 한화와 각각 4년 총액 70억원, 67억원에 도장을 찍은 데 이어 두산 베어스 출신 이종욱(33)과 손시헌(33)이 NC 다이노스와 각각 4년 총액 50억원, 30억원에 사인했다. 그리고 LG 트윈스 출신 슈퍼소닉 이대형(30)이 이용규의 이적 공백을 막으려는 KIA 타이거즈와 4년 최대 24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두산 출신 거포 최준석(30)도 롯데가 영입을 꾀하고 있어 어렵지 않게 새 둥지를 찾을 전망이다.
이로써 해외 진출을 타진 중인 오승환(31, 원 소속 삼성), 윤석민(27, 원 소속 KIA), 그리고 최준석을 제외한 FA 선수 전원이 낙동강 오리알 되는 일 없이 소속팀을 찾았다. 앞서 우선 협상 기간 동안 롯데 강민호(28, 4년 75억원), 강영식(32, 4년 17억원), 삼성 장원삼(30, 4년 60억원), 박한이(34, 4년 28억원)가 계약을 맺었다. LG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이병규(39, 9번, 3년 25억5000만원), 내야수 권용관(37, 1년 1억원), 한화의 FA 박-한-이 트리오 박정진(37, 2년 8억원), 한상훈(33, 4년 13억원), 이대수(32, 4년 20억원)도 잔류에 성공했다.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부분은 포스트시즌 탈락팀들이 FA 선수들을 연이어 낚으며 전력 보강을 꾀했다는 점. 특히 올해 최하위 한화는 내부 FA 세 명을 잔류시킨 동시에 정근우와 이용규를 가세시키며 테이블세터진을 강화했다. 김태균, 김태완, 송광민 등 일발장타력을 지닌 오른손타자들을 보유한 한화는 정근우-이용규로 1,2번 타순을 강화했다. 남은 것은 중심타선 우타 일색 현상을 피하고 파괴력을 높여줄 좌타 외국인 타자를 보강하는 일이다. 좌완 에이스 류현진(LA 다저스)의 포스팅 금액 수혜를 제대로 노린 한화다.
8위 KIA의 경우는 이용규를 잃고 최근 2년 간 부진했던 이대형을 대체자로 선택했다. 그러나 이대형은 현역 최다 도루(379도루, 역대 4위) 선수인 동시에 아직 우리 나이 서른 하나로 전성기를 달릴 선수다. 이대형의 최근 부진은 2년 간의 출장 기회 감소로 인한 자신감 저하 이유도 컸던 만큼 이적을 동기부여 삼아 리바운딩할 가능성도 염두에 둘 만 하다. 지난해 영입한 김주찬과 이대형의 조합은 상대 배터리를 흔들만한 준족 테이블세터진이다.
성공적인 1군 첫 해를 보낸 7위 NC는 이종욱과 손시헌을 가세시키며 검증된 야수들을 전열에 가세시켰다. 특히 이종욱-손시헌은 김경문 감독이 두산 재임 시절 중용했던 선수들. 김 감독의 지도 아래 이들은 리그 굴지의 선수들로 활약하며 두산을 포스트시즌 컨텐더로 이끌었던 바 있다. 자신의 계약 마지막해이자 NC의 1군 두 번째 시즌인 2014년을 전력 투구의 해로 지목한 김 감독은 선수단 내부 경쟁을 통한 창단 첫 포스트시즌의 꿈을 키우고 있다.
강민호-강영식을 잡아둔 롯데는 외국인 제도 변경으로 인한 타자 1명 추가와는 별도로 최준석 영입을 염두에 두고 있다. 2001년 롯데에서 데뷔한 뒤 2005시즌 가능성을 비췄으나 이대호(오릭스)와의 역할 중첩으로 인해 2006시즌 중 두산으로 트레이드되었던 최준석은 두산에서 기량을 키운 뒤 FA 자격을 얻었다. 일발장타력을 지닌 데다 밀어치는 능력도 갖추고 있는 타자라 1루-지명타자 요원으로 중용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장이 일찍 걷히는 분위기라 타 구단에서도 최준석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포스트시즌 탈락팀, 특히 최하위 한화가 공격적인 투자를 보여주며 뜨거운 탈꼴찌 열의를 보여주고 있다.

상위팀 중에도 괜찮은 장사를 한 팀이 있다. 통합우승팀 삼성은 좌완 선발 장원삼과 프랜차이즈 외야수 박한이를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 장원삼에게는 역대 선발 FA 최고액으로 자존심을 지켜줬다. 박한이의 경우는 FA 시장 과열 속에서 삼성이 경제적으로 잡은 케이스. 나이는 다소 많은 편이지만 작전 수행 능력과 수비력, 요긴한 순간 컨택 능력을 갖추고 있어 쏠쏠한 재계약에 성공했다. 그리고 페넌트레이스 2위 LG도 프랜차이즈 스타 이병규의 자존심을 살려주며 연봉 2억을 올려줬다.
반면 6위 SK, 한국시리즈 준우승팀 두산은 피해가 크다. 정근우에게 올인했던 SK는 거액을 준비해놓았으나 정근우가 한화로 이적하면서 새로운 주전 2루수를 구해야 할 처지다. 센터라인 수비가 가능한 젊은 선수들은 많은 편이라는 것이 다행이지만 다음 시즌부터 최정, 김강민, 조동화, 박재상 등 기존 주축 선수들이 연이어 FA 시장에 나올 예정. 정근우의 이적은 후폭풍의 시작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
당장 큰 피해를 입은 팀은 바로 두산. 센터라인을 오랫동안 지켰던 이종욱과 손시헌을 잃었고 장타력을 과시하던 최준석까지 이탈이 확실시된다. 특히 이종욱과 손시헌은 보상선수를 내주지 않는 NC로 이적해 보상금 11억3100만원 만을 받는다. 최악의 경우 최준석이 NC로 급선회한다면 두산은 15억6600만원만 받고 FA 시장에서 자리를 뜨게 된다. 대체자들은 확실히 갖춘 가운데 가장 피해가 커질 부분은 붙박이 테이블세터로 나서던 이종욱의 이적으로 인한 전력 공백이다. 페넌트레이스 3위 넥센은 전력 온존 현상 속에서 FA 시장을 관중석에서 지켜봤다.
아직 다음 시즌 순위 변동을 향한 변수는 많다. 오는 22일 벌어질 2차 드래프트에서 의외의 선수가 1군급으로 두각을 나타낼 가능성도 있고 외국인 선수 제도 변화로 반드시 외국인 타자를 영입해야 하는 환경이 갖춰진다. 17일 하루 동안 불꽃 튀는 전개를 보여준 FA 대이동은 2014년 순위 변화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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