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박경완, 훈련으로 드러나는 제자 사랑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11.17 17: 34

“지금까지 겪은 감독님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더라”(웃음)
현역 유니폼을 벗자마자 감독이 됐다. 2군 감독이지만 그 무게감과 책임감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것은 없다. 오히려 원석들을 다듬어야 한다는 점에서 더 어렵고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한 자리다. 박경완(41) 신임 SK 퓨처스팀(2군) 감독도 “어렵다”라고 털어놓으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준비된 지도자라는 야구계의 평가답게 천천히 하나씩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다. 초보 감독이라고 보기에는 믿을 수 없는 확고한 지론과 함께다.
올 시즌을 끝으로 정들었던 유니폼을 벗기로 결정한 박경완 감독은 지난 10월 22일 SK 2군 감독으로 깜짝 선임됐다. 은퇴와 동시에 코치로 새 인생을 사는 경우는 있지만 감독 선임은 나름 파격적인 뉴스였다. 팀을 지휘한 날짜로만 따지면 이제 3주 가량의 시간이 지났다. 그렇다면 감독 박경완은 어떻게 바뀌어져 있을까.

15일 문학구장에서 만난 박 감독은 “생활 자체가 많이 바뀌었다”라고 웃었다. 박 감독은 “시즌 막판에는 재활군과 3군을 오고갔다. (재활군 소속이라) 운동도 그렇게 많이 하지는 않았었다. 그렇게 매일 1~2시에 집에 가던 사람이 이제는 선수들보다 일찍 와서 미팅을 해야 하고 훈련 뒤에도 코칭스태프 미팅을 해야 한다”라고 했다.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훈련한다고 하면 6시까지라도 봐주며 기다려야 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생활 패턴이 확실히 달라졌다.
지금까지 자신이 모셨던 지도자들에 대한 고충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다고도 했다. 박 감독은 “솔직히 선수 때는 ‘왜 이런 일정이 나왔을까’라는 생각도 해본 게 사실이다. 그런데 막상 감독이 되어 보니 다 이유가 있더라”라면서 “선수 때는 그냥 따라가기만 하면 됐는데 이제는 지시를 해야 하는 위치다. 훈련이 끝나고 집에 들어가 누워 있으면 잠이 잘 오지 않을 때도 있다”고 쉽지 않은 일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부족한 점을 많이 느낀다고도 했다. 박 감독은 비록 2군이지만 최대한 많은 실전 경기를 치르고자 했다. 선수들이 직접 몸을 움직이며 경기를 소화한다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스스로도 적응의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박 감독은 “오더를 쓰는데 정말 복잡하더라. 1번부터 9번까지 다 짜야 하는데 막 쓰다보니 어느덧 오더만 몇 십장이 나와 있었다. 이래서 감독이 힘들구나 싶었다”라고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다.
그래서 그럴까. 선수들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로 보는 박 감독이다. 요즘은 공부에 열심이다. 박 감독은 “선수들 개개인의 특성과 장점을 꾸준히 메모하고 있다. 그 메모만 모아보니 어마어마한 양이 나오더라”라고 했다. 어차피 2군 성적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게 박 감독의 이야기다. 1군에 최대한 많은 선수를 보내게끔 선수들을 채찍질하고 다독이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믿는다. 선수의 특성을 살리는 맞춤형 지도가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선수부터 완벽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게 박 감독의 생각이다.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 성격과 심성도 빼놓을 수 없는 숙제다.
누구나 처음은 어렵다. 어려운 여건이다. 하지만 박 감독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자신의 지론대로 하나하나씩 구상을 실현해나가고 있다. 박 감독은 “어차피 걸어야 할 길이면 즐겁게 하겠다. 또 무조건 성공하라는 법도 없지 않는가. 하나하나씩 배워가야 할 상황이다”라고 자세를 낮췄다. 선수들에 대한 애정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마냥 ‘오냐오냐’ 하는 것은 선수들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강훈련을 예고한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1군과는 별개로 SK 2·3군은 정신상태가 조금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훈련량은 분명 많아졌을 것이다. 어린 나이에 감독을 맡았지만 다 자식 같다는 생각을 한다. 누구 하나도 빼놓고 싶지 않다.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 선수들도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기분 좋게 했으면 좋겠다. 선수들에게 ‘요즘 야구장에는 돈이 널렸다. 어떻게 줍느냐의 문제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지금은 2군이지만 난 우리 선수들이 얼마든지 주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만들어주고 싶다”
겉보기에는 딱딱하고 말이 많지 않은 무서운 감독일 수도 있지만 속내는 누구보다도 따뜻했다. ‘감독 박경완’의 제자 사랑은 훈련이라는 채찍을 통해 조금씩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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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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