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함이 기적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초인적인 에너지라고 해도 좋을 것이며, 필사적인 몸부림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절박하게 또 간절하게 그것을 원하느냐다. 황지웅(24, 대전 시티즌)이 17일 넣은 골처럼 말이다.
대전 시티즌은 17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37라운드 성남 일화와 홈 경기서 황지웅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대전은 4연승을 달리며 6승 10무 20패(승점 28)로 잔류 희망을 이어갔다.
이날 대전은 비기거나 지면 강등이 확정되는 상황에서 기어코 승리를 만들어내며 잔류 희망을 이어갔다. 그 중심에는 황지웅이 있었다. 황지웅은 지난 대구전에서 프로생활 마수걸이 골을 터뜨린데 이어 강원전과 성남전에서 3경기 연속골을 만들어내며 '배수진'을 친 팀에 활기와 승리의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0-0의 접전이 이어질수록 대전 선수들은 피가 마를 수밖에 없었다. 무승부는 곧 강등이다. 외면하려했던 좌절에 발목이 잡혀 몸이 무거워지고, 조금씩 흔들릴뻔한 그 순간 기적같은 골이 터졌다. 후반 7분, 성남 골키퍼 전상욱이 골킥을 찬 것이 황지웅의 몸을 맞고 그대로 골문 안으로 굴러들어간 것. 경기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가 이내 환호로 뒤덮였고, 황지웅은 기쁨의 세리머니를 펼쳤다.
'기적같다'는 표현이 어울리지만 기적은 아니었다. 한 발이라도 더 뛰고 죽기 살기로 해보자는 황지웅의 정신력과 성실함이 낳은 골이었다. 잔류를 향해 1%의 기적을 꿈꾸는 황지웅의 절박함이 1% 확률의 골을 성공시킨 셈이다. 결국 대전은 황지웅의 골과 함께 시즌 첫 4연승이자 2008년 6월 이후 5년만의 첫 4연승을 기록하며 희망을 남겨두게 됐다.
대전의 상승세는 황지웅의 상승세와 절묘하게 맞물려있다. 황지웅은 지난 대구전에서 프로생활 마수걸이 골을 터뜨리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팀이 1-2로 끌려가던 후반 22분 터진 동점골은 대전이 이날 경기 3-2 역전승을 거두는데 중요한 발판이 됐다. 강원전에서도 선발출전에 이어 풀타임을 소화하며 쐐기골을 터뜨리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여기에 성남전 골까지 3경기 연속골로 팀의 연승 행진에 기여하고 있는 것.
개막전 이후 올 시즌 내내 2군에서 지내며 와신상담한 황지웅이 대전의 막판 스퍼트를 이끌고 있다. 이동현의 부상 공백을 100% 이상 메워주며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과시하고 있는 황지웅은 절박함을 아는 선수다. "언젠가 기회가 올거라고 생각해 부족한 것 보완하기 위해 많이 준비했다"며 2군에 있는 동안 와신상담한 실력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강등권 라이벌인 대구와 강원이 이번 라운드 경기서 모두 승리를 거뒀기 때문에 대전의 잔류 가능성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그러나 대전의 절박함과 황지웅의 절박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만들어낸 이 연승행진은 색다른 시너지 효과이자 승리에 대한 믿음이 됐다. 척박한 강등 경쟁에서 간절함과 절박함을 무기로 기적같은 승리를 써내려가고 있는 대전의 결말과, 황지웅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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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시티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