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의 김해숙이 설움의 눈물을 흘렸다. 장장 24회가 방송되는 동안 밉상 엄마였던 그에게도 나름의 속사정은 있었다.
지난 17일 오후 방송된 '왕가네 식구들' 24회에서는 첫째딸 수박(오현경 분)와 남편 왕봉(장용 분)에게 그리고 시어머니 계심(나문희 분)에게도 구박받는 앙금(김해숙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앞서 지난 23회분에서 앙금은 왕봉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독설을 들어야 했다. 왕봉의 아내로서 시어머니와 어리디 어린 도련님을 모시고 살던 그로서는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말들이었다. 왕봉은 둘째 딸 호박(이태란 분)의 남편 세달(오만석 분)의 바람에 대한 책임을 앙금에게 돌렸다. 왕봉은 "호박이 그렇게 된 것 당신 탓이다. 당신이 장모냐. 당신은 속물이다"면서 "자괴감까지 느낀다. 선생이나 되면서 내 식구 건사도 못하고, 부끄럽다. 당신 때문이다"고 쏘아붙였다.

결국 왕봉과의 대화로 앙금의 외로운 고군분투가 시작됐다. 그는 집안일에 손을 놓고 안방에서 자리 보전만 했다. 그의 시어머니는 부실한 식사를 하다 분노를 참지 못했다. 시어머니는 안방 문을 벌컥 열고 집안일을 하지 않는 앙금에게 호통을 쳤다. 앙금의 속상한 마음은 뒷전이었다.
이 뿐 아니라 그는 수박과도 다툼을 벌였다. 그동안 앙금은 수박을 싸고 돌며 상대적으로 호박을 구박했다. 수박은 그만큼 그에게 귀한 딸이었다. 그러나 수박은 이러한 어머니의 마음도 모른 채 제멋대로 행동했다. 수박은 딸아이가 구토를 하자 앙금에게 따져 물었다. 앙금이 화가 차오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앙금은 "내가 뭐 못 먹일 거라도 먹였을까봐 그러냐"고 맞받아쳤다. 그러자 더욱 점입가경의 말이 흘러나왔다. 수박은 앙금에게 "돈 주잖아. 돈 주면 돈값 해야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무엇 하나 앙금의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었다. 남편은 자신을 향해 속물이라 이야기하고 가장 많은 사랑을 쏟았던 딸은 앙금을 가정부나 보모 쯤으로 여겼다. 다른 이들은 앙금을 못된 장모 혹은 어머니라 여길지 모르지만 결국 그러한 앙금을 만든 것은 바로 그들의 태도였다.
결국 앙금은 폭발했다. 방송 말미 앙금은 홀로 강변에 앉아 "그래 나 속물 맞다. 젊어서 고생하고 이제 이 늙은 몸 하나만 남았다"고 외쳤다. 그리곤 남편 왕봉을 향해 "그렇게 고생하면서 살았는데 당신이 알기나 하냐. 이 나쁜 영감아"라고 소리쳤다. 그동안 마음 깊은 곳에 꾹꾹 눌러담았던 설움과 아픔이 결국 터져버려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앙금은 밉상 중의 밉상인 캐릭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앙금에게도 나름의 사정은 있었다. 조심히 따져보면 앙금의 모습은 바로 우리 주변 어머니들과 같았다. 바로 그 점이 서러운 눈물을 흘리는 앙금의 모습을 외면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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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네 식구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