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민이가 워낙 좋은 선수라 잘 맞춰준다."
21살의 어린 나이. 축구 선수로는 왜소한 체격인 177cm에 67kg. 서글서글한 외모. 영락 없는 이웃집 동생 같은 이미지다. 하지만 녹색 그라운드에만 서면 180도 달라진다. 지금은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지만 한국 축구의 왼쪽을 주름잡았던 이영표의 모습을 닮았다. 이젠 '제2의 이영표'라는 수식어가 제법 잘 어울린다. 홍명보호의 '신데렐라' 김진수(21, 알비렉스 니가타)의 이야기다.
러시아와 일전을 앞두고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아랍에미레이트(UAE) 두바이 왕립 스포츠 콤플렉스 실내 풋살장에서 첫 훈련을 가진 김진수는 "우리만 시차가 있는 게 아니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조금 피곤하지만 괜찮다"고 미소를 지으며 "내가 스위스전서 잘했는지는 모르겠다. 팀이 이겨서 만족하고 있다. 러시아전 승리에도 보탬이 되고 싶다"고 다부진 각오를 내비쳤다.

그간 한국 축구에는 '황태자'라는 수식어가 빠지지 않았다. 남다른 기량으로 수장의 꾸준한 중용을 받은 이들이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히딩크호의 송종국이 그랬고, 이후에도 수많은 스타들이 기분 좋은 칭호와 함께 한국 축구를 대변했다.
홍명보호에도 황태자가 있다. 김진수가 주인공이다. 손흥민, 윤일록과 함께 대표팀 막내이지만 활발한 오버래핑,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 노련한 수비에 롱스로인까지 곁들인 만능 좌측 풀백이다. 홍명보호에서도 입지가 탄탄하다. 윤석영, 박주호 등 유럽에서 활약하는 쟁쟁한 선배들을 밀어내고 주전을 꿰찼다. 브라질, 말리, 스위스전까지 3경기 연속 풀타임 출전했다. 제2의 이영표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김진수는 "포스트 이영표라고 불러주셔서 영광스럽다. 나도 이에 대한 보답이 필요할 것 같다"며 "지금도 많이 부족하지만 더욱 노력해서 발전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장밋빛 미래를 그렸다.
김진수의 진가는 지난 15일 스위스전서도 어김없이 발휘됐다. 좌측면 수비수로 공수를 오가며 2-1 역전승에 일조했다. 특히 좌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격한 손흥민과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시종일관 스위스의 측면을 괴롭혔다. 그는 이를 두고 "(손)흥민이랑 17세 이하 월드컵서 호흡을 맞춰서 잘 맞는 것 같다"며 "흥민이가 워낙 좋은 선수라 나에게 잘 맞춰주는 것 같다(웃음)"고 겸손의 미덕을 보였다.
김진수의 다음 상대는 러시아다. 태극 마크를 달고 두 번째로 유럽 팀을 만난다. 홍명보호는 최근 A매치 5경기서 연속 실점을 허용했다. 나아지는 과정과 결과 속에 유일한 옥의 티였다. 개인적인 활약은 빼어났지만 수비진의 한 축을 담당하는 김진수도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이다.
김진수는 "감독님도 수비가 완벽해야 한다고 강조하신다. 조직적으로 계속 훈련을 하고 있고 월드컵까지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더 좋아질 것"이라며 밝은 전망을 내놨다.

한편 이날 회복훈련을 마친 홍명보호는 18일 오후 공식훈련을 통해 전술을 가다듬은 뒤 오는 19일 오후 11시 두바이 자빌 스타디움서 러시아와 격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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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김진수 / 두바이(UAE)=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