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두산, 세대교체 기로 서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11.18 06: 05

프리에이전트(FA) 선수 세 명을 모두 타 팀에 건네줄 위기에 처했다. 이미 두 명을 잃고 보상선수 없이 11억3100만원을 받게 될 처지가 되었고 최악의 경우 보상선수 한 명 없이 15억6600만원만 받고 FA 시장에서 손을 털 가능성도 남아있다. 그러나 선수단 세대교체 측면으로 보면 수 년 전보다 훨씬 사정이 좋은 편. 두산 베어스는 2014시즌 점진적인 선수단 세대교체의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인가.
두산은 지난 17일 FA로 풀린 외야수 이종욱(33)과 유격수 손시헌(33)을 9구단 NC 다이노스에 빼앗겼다. 금액과 보장 기간 차이로 인해 우선협상 기간서 이들을 잡지 못한 두산. 우타 거포 최준석(30)도 롯데, NC, KIA 등으로 이적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현재로서 두산이 세 명의 FA를 모두 타 팀에 내주는 것이 불 보듯 뻔해진 상황이다.
최근 몇 년 간 두산은 야수진 운용에 있어 점진적인 세대교체 과정을 거쳤다. 타선을 대표하던 두목곰 김동주와 2루수 고영민이 1군 선수단에서 자취를 감추는 과정에서 팬들의 원성이 높았으나 그 과정에서 윤석민과 최주환, 허경민이 지난해 새롭게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손시헌의 주전 자리도 2004년 1차지명자인 김재호가 지난해 후반기부터 서서히 잠식해갔다. 이제는 김재호가 반드시 주전 유격수로 자리를 굳혀야 한다.

최준석의 포지션인 1루도 대안이 마련되어 있다. 1군으로 봐도 오재일과 새로운 외국인 타자가 가세하면 최준석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 그리고 최근 몇 년 간 두산은 퓨처스팀에 일발장타력을 지닌 1루 요원을 가세시키고자 했다. 포수 출신 김재환과 스위치히터 국해성, 그리고 2년 전 2차 드래프트에서 한화 출신 김강, 롯데 출신 오장훈을 데려왔다. 미네소타 출신의 최형록, 문선재(LG)의 동생인 원광대 출신 신인 문진제 등을 연이어 영입한 것은 그 과정의 일환이다.
가장 큰 숙제는 이종욱의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다. 수비적으로는 정수빈, 박건우, 오현근 등이 자리를 메울 수 있고 이번 드래프트를 통해 13타수 연속 안타 주인공 분당 야탑고 김경호 등을 데려왔다. 그러나 공격 면에서 이종욱의 공백을 상쇄하는 것은 현재로서 난항이 예상된다. 두산이 기대해야 할 부분은 가장 유력한 후계자인 정수빈의 기량 성장이다. 다음 시즌 정수빈이 꾸준한 출장 기회를 갖게 되는 만큼 선수 본인의 동기부여도 중요하다.
그래도 2000년대 중후반에 비하면 두산의 팀 사정은 낫다. 프로야구계를 뒤흔든 병풍 여파는 2000년대 초반 스타 플레이어의 연이은 이적으로 선수층이 얇았던 두산을 직격했다. 그러나 그 상처를 치유하는 2~3년 간 두산은 이종욱, 고영민, 김현수 등 젊은 주축 선수들을 연이어 발견했고 정재훈을 마무리로 내세우며 성공적인 세대교체와 꾸준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그 때에 비하면 두산은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세대교체의 파도에 착실히 대비한 편이다.
아직 두산의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주축 내야수들인 오재원과 이원석의 병역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군급 유망주, 타 팀으로 간다면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선수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언젠가 맞닿게 될 세대교체에 대해서는 준비가 잘 된 편이다. 올 시즌 두산은 그 부분을 감안하며 타 팀의 트레이드 오퍼에 웬만해서는 흔들리지 않았다. 비난을 들으며 지켰던 야수 유망주들. 두산은 잇단 주력 선수 상실의 위기를 이들로서 돌파하고자 하고 있다. 만약 이 작전이 성공한다면 두산의 FA 시장 빈 손 현상은 오히려 보다 순조로운 리빌딩의 도화선으로 기억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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