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FA 시장서 냉탕과 온탕을 오갔던 LG가 올해는 조용히 넘어갈 태세다.
일단 지금까지 외부 영입은 전무, 이탈은 한 차례 있었다. LG는 소속팀 우선협상기간 중 이병규(9번) 권용관과 각각 3년 25억5000만원 1년 1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올 시즌 그라운드 안팎에서 팀을 이끈 이병규를 평생 LG맨으로 남게 했고, 베테랑으로서 모범을 보인 권용관도 붙잡았다.
반면 이대형과는 16일 마지막 날까지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결국 이대형은 17일 KIA와 4년 24억원 계약을 체결하며 이적했다. 외부 영입 시장에는 최준석만 남은 상황. 그러나 LG가 최준석에 접근할 확률은 낮다. 즉, 이대로 LG는 FA 시장에서 철수했다고 봐도 된다.

겉으로만 보면 이대형이 이적했기 때문에 전력이 약화됐을지도 모른다. 비록 최근 이대형이 3년 전 매 시즌 도루왕을 예약했었던 모습과는 거리가 있어도, 대주자 대수비에서 쏠쏠하게 자기 역할을 해온 것은 사실이다. 이로써 LG는 당장 2014시즌부터 이대형의 역할을 양영동 홀로 수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LG는 애초에 이대형에게 KIA와 체결한 규모의 계약을 제시할 생각이 없었다. 이대형과 협상 테이블을 차린 송구홍 운영팀장은 “서로 원하는 계약 규모에 차이가 있었다. FA 협상을 시작하면서부터 협상이 안 된다고 계약 규모를 크게 하는 것은 안하려 했다. 대형이와의 협상 또한 마찬가지로 진행했다”고 계획했던 대로 협상을 진행했음을 밝혔다.
이대형이 암흑기 도루왕 타이틀을 석권하며 LG 팬들에게 희망을 준 것은 사실이나, 최근의 이대형은 자신의 장점을 많이 잃어버린 상태다. 일단 외야진 내부경쟁에서 밀려나 출장 경기수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도루수도 동시에 감소했다. 루상에서 돋보였던 특유의 도루에 대한 감 또한 이전 같지 않아 2013시즌 도루 성공률 59.1%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중요한 것은 LG가 이대형의 FA 이적으로 KIA로부터 보상선수를 얻게 됐다는 데에 있다. 시즌 중 꾸준히 퓨처스리그 경기 중계를 챙겨본 모 코치는 “퓨처스리그를 보면 9개 구단 중 KIA와 롯데에 유망한 투수들이 쏠려있다. 향후 두 팀 마운드가 가장 강할 것이다”고 말했었다. LG가 투수를 지명할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KIA에서 임정우와 같은 재능 있는 영건을 데려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LG는 2년 전 조인성 이택근 송신영의 FA 이적에 대한 반대급부로 임정우 윤지웅 나성용을 얻었다. 그리고 이들 모두 계획적으로 육성 중이다. 임정우는 이미 2013시즌 자신의 잠재력을 증명했다. 일본 고치 마무리캠프에 있는 윤지웅은 2014시즌 좌투수 라인업에 청사진을 그리려 한다. 지난해 말 경찰청 입대 후 포지션을 포수에서 외야수로 변경한 나성용도 장기인 타격을 살리며 새 수비 위치 적응에 애를 쓰고 있다.
물론 외부 FA 영입이 전무한 점에 대해선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다. LG는 모두가 예상한 것처럼 강민호나 장원삼을 노렸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오버페이는 하지 않으려 했고 강민호와 장원삼도 잔류를 택했다. 둘 다 LG 전력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선수들이지만, LG는 거액과 보상선수까지 소비하는 것은 피하려 했다. 실제로 LG는 이들을 데려올 경우, 보상선수로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유망주나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는 주축 선수를 내주는 것이 불가피했다.
LG 백순길 단장은 “FA 몸값이 천정부지로 솟아 버렸다. 정말 필요한 선수면 잡겠지만, 그게 안 될 경우에는 지나치는 게 맞다 생각한다. 야구단이 모두 적자인 상황에서 무턱대고 투자만 늘리는 것은 공멸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태 감독 또한 강민호가 롯데와 FA 재계약을 체결한 당일 “강민호는 롯데를 대표하는 선수다. 한국야구와 부산의 야구열기 부활을 위해서도 강민호가 계속 롯데에 있는 게 맞는 게 아닌가 싶다”고 대승적인 시선으로 시장의 동향을 바라봤다.
애초에 LG가 이번 스토브리그서 가장 무게를 둔 것은 외국인 선수 영입이었다. LG 송구홍 운영팀장은 “사실 FA 영입보다 중요한 일이 외국인 선수 선발이다”며 “에이스 레다메스 리즈와의 재계약부터 체결해야 하고, 벤자민 주키치를 대신할 선발투수, 그리고 우타 거포를 찾아야한다”고 밝힌 바 있다. 2013시즌 리즈 류제국 우규민 신정락이 41승을 합작한 만큼, 선발진에 10승 외국인투수가 추가되면 그야말로 리그 최강 선발진을 꾸릴 수 있다. 우타 거포 외국인 타자 영입도 성공하면, LG 타선은 상하위 모두 완성형이 된다.
오는 22일 열리는 2차 드래프트 또한 관심사다. 김 감독은 지난 12일 2차 드래프트에 대비한 40인 보호명단을 작성한 것을 두고 “2년 전에만 해도 명단을 짜기가 쉬웠다. 다 짜놓고 보니 5명이 오히려 남았던 기억이 난다”며 “하지만 올해는 보호 선수 규모가 45명은 돼야할 것 같다. 이러다가 5, 6명은 타 팀으로 가는 게 아닌가 싶다. 고민도 많이 했는데 그래도 그만큼 우리 팀이 좋아졌다는 뜻인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스토브리그 전력보강 요인은 외국인 선수들과 KIA서 받을 보상 선수, 그리고 2차 드래프트다. 일단 계획대로 FA 시장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넘어가는데 성공했다. 좋은 보상선수를 뽑고, 2차 드래프트와 외국인 선수 선발에 성공한다면, 이번 FA 시장 결과에 만족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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