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선수의 타율이 급격하게 오를 수는 있어도 팀 공격력이 급격하게 향상되기는 어렵다. 시간을 가지고 차근차근 접근해야 할 문제다. 그런데 2014년에는 한화의 반격이 매서울 전망이다. 이에 최근 고착화되고 있었던 팀 타격 서열 지도에 변화가 있을지도 관심사다.
최근 5년간 각 팀의 공격력은 위·아래가 비교적 뚜렷하게 나뉘는 구조였다. 공격이 좋은 팀은 꾸준히 좋았고 나쁜 팀은 꾸준히 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외국인 선발이 투수에 집중되는 경향에서 핵심 선수들의 기량 차이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2009년 이래 NC를 제외하고 팀 타율이 가장 좋았던 팀은 두산(.276)이었다. 그리고 가장 나빴던 팀은 한화(.255)였다. 두산은 거의 매년 1위를 다퉜고 한화는 거의 매년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롯데(.276), 삼성(.272), LG(.272)도 상대적으로 5년 사이 타선의 기복이 적었던 팀에 속한다. 그런데 내년에는 이 서열이 크게 뒤바뀔지도 모른다. 한화가 FA시장에서 정근우와 이용규에 4년 총액 137억 원의 어마어마한 금액을 지르며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부활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가 주축 선수들을 뺏기며 2013년 평범한 공격력을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핵심 선수 1~2명의 비중은 생각보다 크다. 예사롭지 않은 징조다.

2009년 이래 한화 타선의 약점은 전력 불균형이 심했다는 것이었다. 김태균 이범호 최진행 김태완 등 중심타자들은 힘이 있었지만 테이블세터와 하위타선이 약했다. 특히 중심타선에 밥상을 차려줘야 할 테이블세터는 항상 약점으로 손꼽혔다. 실제 2009년 이후 다섯 시즌 동안 한화 1번 타자의 타율은 2할6푼3리, 출루율은 3할4푼7리에 그쳤다. 1위 KIA(.292), 2위 SK(.291)에 한참 못 미쳤다. 그랬던 한화가 KIA와 SK 부동의 리드오프들을 모두 쓸어 담은 것이다.
두 선수의 가세는 기본적인 타율과 출루율의 향상은 물론 기동력의 업그레이드까지 도모할 수 있는 기대효과가 있다. 한화도 드디어 뛰는 야구가 가능하게 됐고 김태균 최진행 등 중심타자들은 더 많은 타점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상대 선발의 던지는 손에 따라 정근우와 이용규를 번갈아가며 1번에 놓을 수 있는 부가적인 효과도 있다. 한편 기존 테이블세터를 이뤘던 선수들이 하위타선으로 이동한다면 전반적인 타선의 짜임새도 나아질 수 있다. 이용규가 본격 가세할 여름부터의 모습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팀 타율이 2할4푼4리에 그치며 리그 최하위 공격력에 머물렀던 NC도 3할이 가능한 리드오프인 이종욱의 가세로 반격이 예상된다. 김종호가 외롭게 분투하던 테이블세터진에 활력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모창민 등 옷이 맞지 않는 2번 자리에 투입되던 선수들을 다른 타순에 넣을 수도 있다. 한화와 NC의 타선의 반격은 2014년 흥미로운 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논리를 반대로 적용한다면 KIA와 SK는 공격력의 타격이 적지 않은 전망이다. 모두 부동의 리드오프를 잃었다. 신종길의 재발견을 이뤄낸 KIA는 이대형을 영입하며 보험을 들어뒀지만 공격 쪽의 타격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SK는 아예 정근우의 대체자가 마땅치 않다. 리드오프의 경험이 있는 선수들조차 거의 없다. 고민이 커지고 있다.
한화의 정반대 지점에 최근 5년 타율 1위인 두산이 있을지도 관심사다. 두산은 이종욱 손시헌 최준석을 모두 잡지 못했다. 대체자들이 워낙 풍부한 팀이라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 관측하는 시선도 많지만 경험이 풍부한 세 베테랑의 공백은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변수는 외국인 타자다. 얼마나 좋은 외국인 타자를 뽑느냐에 따라 각 팀의 공격력은 또 한 번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비교적 고정적으로 이어졌던 팀 타격 서열의 지각변동을 점칠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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