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31)를 놓친 SK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장 정근우를 대체할 만한 선수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외국인 선수 수급이 유력한 방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지만 고민도 분명히 있다.
SK는 올해 프리에이전트(FA) 내야 최대어였던 정근우를 잡기 위해 사력을 다했으나 결국 ‘머니 파워’로 무장한 한화의 공세를 이겨내지 못했다. 4년 총액 70억 원까지 제시액을 올렸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가뜩이나 올해 6위에 그치며 7년 만에 포스트시즌 탈락이라는 쓴맛을 본 SK로서는 비보 중의 비보다.
2005년 SK에 입단한 정근우는 지난 9년간 SK의 공·수·주에서 핵심적인 몫을 담당했다. 부동의 2루수이자 리드오프였다. 이런 정근우를 잃은 SK는 전반적인 전력에서 큰 타격을 감수해야 할 판이다. 때문에 구단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 첫 걸음은 외국인 선수를 살펴보러 한국을 떠난 스카우트팀이 뗄 공산이 크다. 좀처럼 보기 드물었던 외국인 내야수 영입의 가능성도 열렸다.

외국인 선수 보유 규정은 내년부터 3명 보유에 2명 출전으로 바뀔 예정이다. 여기에 동일 포지션 선수로 3명을 모두 채워 넣을 수 없어 적어도 1명은 야수를 선발해야 한다. SK도 이에 대비해 15일 스카우트팀이 도미니카로 출국했다. 이미 크리스 세든, 조조 레이예스와의 재계약 방침을 세워둔 SK는 야수를 집중적으로 관찰한다는 계획이었다. 야수 쪽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까닭에 특정 포지션이 아닌 우수선수 위주로 폭넓게 물색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그런데 그 후 정근우가 떠남에 따라 SK의 외국인 선수 수혈 방안도 조금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근우의 몫을 온전히 대체할 수 있는, 비슷한 스타일의 외국인 선수를 찾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구단들이 그렇듯이 SK도 이런 유형의 선수들에 대한 사전 정보가 부족한 면은 있다. 지난 몇 년간 외국인 타자 쪽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뿐더러 내야수는 더더욱 생각이 없었기에 더 그렇다.
‘한 방’을 기대할 수 있는 야수들은 상대적으로 많지만 공·수·주를 모두 겸비한 선수들은 찾기가 어렵다. 설사 있더라도 금액이 비싸다는 게 스카우트팀 관계자들의 공통된 하소연이다. 말 그대로 흙속의 진주를 찾아 맨땅에 헤딩을 해야 할 상황이다.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발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총력을 기울인다는 각오다.
다만 수준급 외국인 내야수가 오더라도 고민은 계속된다. 외야와는 달리 내야는 수비수들간의 호흡과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1루가 아닌 키스톤콤비의 한 축인 2루라면 필수요소다. 끊임없이 의사소통을 하며 수비 라인을 조율해야 하는데 언어적 장벽이 걸린다. 여기에 미국식과 한국식 수비 방식의 차이도 걸림돌이다. 수비 포메이션, 전술 등에서 분명히 적잖은 문화 차이가 있다. 이에 대한 적응에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공산이 크다. 과연 SK가 외국인 선수 영입을 통해 고민을 해결할 수 있을까. 일단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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