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의 리드오프이자 내야 수비의 핵심이 팀을 떠났다. 어느 팀이든 타격은 있기 마련이다. SK가 그런 최악의 현실에 처한 가운데 두 명의 선수가 주목을 받고 있다. 1987년생 동갑내기 이명기(26)와 김성현(26)의 성장에 팀의 미래가 걸려있다.
SK는 프리에이전트(FA)로 풀린 정근우와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 결국 우선협상기간이 끝나자마자 정근우가 한화 유니폼으로 갈아입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받아들었다. 사실 SK는 4년 총액 70억 원까지 제시액을 올리며 정근우 붙잡기에 최선을 다했다. 이는 그만큼 SK에 정근우가 필요한 선수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버스는 지나갔다. SK는 다른 교통수단을 찾아야 할 절박한 상황에 몰렸다.
정근우는 2005년 SK 입단 이래 팀의 리드오프와 2루수 자리를 지킨 핵심선수였다. 정근우가 있었기에 다른 선수들은 이 자리에서 기회를 얻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선수들의 성장이 더딜 수밖에 없었고 경험도 부족하다. 어떤 한 선수가 정근우의 몫을 오롯이 대신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국 나눠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명기와 김성현의 이름이 중요하다.

이명기는 정근우가 빠진 리드오프 자리에 들어갈 수 있는 선수다. 어린 시절부터 맞히는 재능에 있어서는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소집해제 후 첫 시즌이었던 올해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다. 전지훈련 때부터 가파른 성장세로 이만수 SK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고 초반 26경기에서 타율 3할4푼, 34안타, 6도루를 기록하며 SK의 새로운 피로 각광받았다. 5월 8일 문학 두산전에서 발목 부상을 당해 시즌을 접은 것은 팀으로서는 두고두고 아쉬운 일이었다.
김성현은 수비 쪽에서 공헌할 수 있는 선수다. 지난해 88경기, 올해 97경기에 출전하며 서서히 팀 내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김성현은 2루수와 유격수를 모두 볼 수 있는 활용성을 자랑한다. 수비력은 이미 인정을 받았다. 안정된 기본기를 바탕으로 때로는 놀라운 호수비를 연출한다. 공격과 주루에서는 기대에 못 미치지만 꾸준히 주전으로 나선다면 좀 더 나아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군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대안으로 자리할 수 있는 선수다.
물론 정근우의 자리를 메우기 위해 외국인 내야수나 트레이드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 하지만 외국인 내야수는 장기적인 관점이 아니다. 내야는 의사소통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아무리 좋은 선수도 적응에 애를 먹을 수 있다. 트레이드는 SK도 가진 자원을 내줘야 한다는 점에서 말 그대로 마지막에 써먹어야 할 돌파구로 볼 수 있다. 팀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이명기와 김성현이 벽을 뚫어내야 한다.
두 선수는 현재 재활군에 편성돼 문학구장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당초 진단보다 부상이 심각해 결국 시즌을 접은 이명기는 이제 본격적인 러닝을 앞두고 있다. 시즌 중반부터는 아예 복귀를 내년으로 미룬 채 재활에 매달렸을 만큼 부상 치료에 공을 들였다. 이제는 가시적인 성과가 보인다. 스스로 “통증은 없다”라고 한 만큼 서서히 몸 상태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성현은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서 우측 어깨에 통증이 생겨 조기 귀국했다. 그러나 정상적인 훈련을 할 수 없어 복귀했을 뿐이다. 큰 부상은 아니다. “올해 별로 한 게 없는 것 같다”라고 자세를 낮춘 김성현도 “내년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주축 선수가 나간 자리를 나머지 선수들이 메우며 오히려 성장의 발판으로 삼은 사례는 꽤 있었다. 이명기와 김성현이 그런 길을 걸으며 SK의 미래로 성장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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