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완 감독, 경험으로 문학 가을 책임진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11.18 10: 47

박경완(41) SK 퓨처스팀(2군) 감독은 당대 최고의 포수 출신이다. 그러나 그 화려함의 이면에는 여러 아픔도 있었다. 쓴맛도 적잖이 봤다. 그런데 당시까지만 해도 싫었던 ‘쓴맛’이 이제 지도자 경력에 좋은 밑거름이 되고 있다. ‘선수 박경완’이 겪었던 경험은 이제 하나의 자산이 되어 문학구장을 책임지고 있다.
SK는 현재 1군이 마무리캠프를 진행 중이다. 최근 6년간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SK는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함에 따라 낯선 마무리캠프 장정에 올랐다. 이맘때만 해도 쉬고 있었던 주축 선수들의 대부분이 일본 가고시마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그러나 SK의 홈 경기장인 문학구장이 텅텅 비어 있는 것은 아니다. 가고시마 이상의 함성과 노력이 경기장을 가득 뒤덮고 있다. 2·3군이 훈련 중이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박경완 감독이 있다.
SK의 2·3군은 송도LNG구장과 문학구장을 오고가며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 10월 현역 은퇴와 동시에 2군 감독으로 취임한 박 감독은 강한 훈련으로 선수들을 조련 중이다. 박 감독은 “이 정도 훈련도 이겨내지 못하면 어디서도 살아남을 수 없다”라는 강력한 메시지와 함께 SK의 미래들을 진짜 ‘1군 선수’로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재활군으로 편성된 선수들도 문학구장에 출근하고 있다. 이들을 모두 합치면 60명 가량의 대규모 선수단이다. 가고시마에 있는 1군 선수단보다 오히려 더 많다. 사실 통제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다. 서로 해야 할 일이 모두 다름은 물론 동선도 넓게 퍼져 있기 때문이다. 이제 지도자가 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초보 감독’으로서는 정신없는 일이다.
그러나 박 감독은 원만하게 선수단을 이끌고 있다.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게끔 적절하게 훈련 분위기를 조성하는 동시에 시간이 날 때는 재활군 상황도 체크하고 있다. 코치들의 조언도 구하지만 이런 능숙한 통솔에는 박 감독의 개인적 경험도 한 몫을 거든다. 스스로도 신고선수 출신으로 2군 선수들의 아픔을 겪어봤다. 또 몇 차례 수술을 받아 재활군 선수들의 고충도 잘 안다. 맞춤형 지도가 가능한 배경이다.
2군 선수들에 대해서는 좀 더 강한 정신력을 주문하고 있다. 박 감독은 “2군 선수들이 한 명이라도 더 1군에 갈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나의 목표”라고 밝히면서 “처음부터 연봉을 많이 받고 시작하는 선수는 없다. 계약금의 차이는 있겠지만 신인 연봉은 모두 2400만 원이다. 선수들에게 ‘입단시 받은 계약금을 엎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라’라고 주문한다”고 말했다.
2군 선수들은 쉽게 포기하기 쉬운 환경이다. 빛이 나지 않는 곳에서 마냥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지쳐 쓰러지기 쉬운데 그 순간 낙오다. 박 감독도 이런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피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감독은 “여기서 포기하면 다른 어떤 곳에서도 포기한다. 도전, 또 도전해야 한다. 해보지도 않고 지고 들어가는 것은 기회를 차버리는 일”이라며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그 길을 밟아본 '선배'의 조언이다.
재활군 선수들에 대해서는 ‘인내’를 주문하고 있다. 박 감독은 “3개월 진단이 나오면 3개월부터 무리를 하게 되더라. 그렇게 되면 재활이 더 느려진다”라고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은 뒤 “좋을 때 오히려 더 조심해야 한다. 트레이닝파트에도 ‘길게 봐줬으면 좋겠다’라는 부탁을 한다”고 말했다. 산 경험에서 나오는 조언은 선수들의 가슴 속에도 더 잘 스며들기 마련이다.
박 감독은 오히려 선수생활 말년 2·3군과 재활군을 오고갔던 것이 도움이 된다고 돌이켜봤다. 박 감독은 “2·3군에서 지금의 어린 선수들을 만날 수 있었다. 많이 도움이 됐던 것 같다. 만약 1군에만 계속 있었다면 이 선수들의 장점이나 성격을 파악하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웃었다. 당시에는 내키지 않는 일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하나의 지도자 공부가 된 셈이다. 최정상과 밑바닥, 그리고 오르막과 내리막을 모두 경험했던 박 감독의 진가가 서서히 발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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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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