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10구단 kt 위즈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아직은 스케치 단계지만 속도는 서서히 빨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선수들의 의지도 의지지만 어느덧 구색을 갖춘 코칭스태프의 인내와 헌신도 그 작업을 돕는 힘이다.
지난 8월 신인드래프트와 9월 공개 트라이아웃을 통해 팀의 ‘1기 멤버’들을 수혈한 kt는 지난 10월 1일부터 남해에서 훈련에 매진했다. kt의 역사적인 첫 합동훈련이었던 남해캠프는 소기의 성과를 남긴 채 17일 종료됐다. 조범현 kt 감독의 평가는 비교적 긍정적이다. 조 감독은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시작 때까지만 해도 걱정스러웠던 팀 훈련 분위기가 비교적 잘 만들어졌다”라고 캠프를 총평했다.
모든 이들이 고생한 캠프였지만 코칭스태프들의 조력이 그 원활한 훈련 분위기 조성에 일조했다. 사실 캠프가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kt 코칭스태프는 구색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선수들을 지도할 손이 부족해 조범현 감독이 직접 나서야 했을 정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가면서 선임된 코치들이 하나둘씩 남해에 합류했고 총 12명의 코칭스태프로 훈련을 마무리했다. 조 감독도 “코칭스태프가 한 명씩 합류하면서 팀 훈련의 방향성이 잡혔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코칭스태프끼리도 다소간 어려움이 있다. 모두 선·후배로 짜여진 프로야구의 현실상 초면은 아니지만 그래도 손발을 맞춰본 경험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선수들을 알기 이전에 먼저 코칭스태프끼리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조 감독도 “코칭스태프 회식 때는 야구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서로 가진 색깔을 kt라는 하나의 색깔로 맞춰가는 작업부터 먼저 진행했다는 의미다.
조 감독은 “사실 코칭스태프 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코칭스태프의 팀웍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코치나 나나 서로를 알아야 했다. 같은 뜻으로 가기 위해 대화도 많이 했다”라고 떠올렸다. 그리고 조 감독은 코칭스태프에 명확한 주문을 했다. 바로 인내였다. 조 감독은 “우리 선수들을 기존 선수들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 기량이 더딜 수도, 수준이 낮을 수도 있지만 인내하고 극복해야 한다. 지도자 사명을 생각하며 열심히 하자”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현재 kt의 코칭스태프들은 모두 1군에서 현역 생활을 했거나 지도자로 경험을 쌓은 이들이다. 고교 및 대학 졸업 선수들이 위주인 kt 선수단은 당연히 눈에 차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일부 코치들은 조 감독에게 “선수들의 훈련량을 더 늘려야 한다”라고 건의했다는 후문이다. 선수들을 괴롭히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2015년 1군 진입을 앞두고 그만큼 더 절박함과 조급함을 느꼈던 것이다. 그러나 조 감독은 속도조절을 했다.
이런 조 감독의 뜻에 따라 kt의 코칭스태프들은 자신을 철저히 숨긴 채 묵묵히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돕고 있다. 때로는 채찍을 들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잘 할 수 있다’라는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코치와 선수들 관계 이전에 한 선수를 지도한다는 ‘스승’의 심정이 담겨 있다. 그런 코치들의 인내와 헌신 속에 kt의 선수들은 조금씩 ‘프로’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바쁜 와중에서도 조금씩 짬을 내 단합을 도모하고 있다. 그 결과 코칭스태프의 팀웍도 다른 1군 팀 못지않게 좋아졌다. 이광근 수석코치는 “팀웍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모두가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선수들은 물론 코칭스태프도 단단해지고 있는 kt는 18일과 19일 이틀간 휴식을 취한 뒤 20일 곧바로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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