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삼성 라이온즈와 퉁이 라이온스의 경기가 열리기 전 타오위안 구장. 류중일 삼성 감독은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취재진과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날의 화두는 FA 대이동.
원 소속 구단을 제외한 8개 구단과 협상이 시작된 이날 FA 이적 시장에 대단한 변동이 있었다. 국가대표 테이블세터 정근우와 이용규가 한화와 각각 4년 총액 70억원, 67억원에 도장을 찍은 데 이어 두산 베어스 출신 이종욱(33)과 손시헌(33)이 NC 다이노스와 각각 4년 총액 50억원, 30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LG 트윈스 출신 외야수 이대형(30)이 이용규의 이적 공백을 막으려는 KIA 타이거즈와 4년 최대 24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류 감독은 "뭐니뭐니 해도 올 시즌 최고 FA는 오승환"이라고 엄지를 세웠다. 오승환은 올 시즌이 끝난 뒤 8년차 대졸 선수 FA 신청 자격을 얻었다. 국내에서 FA가 될 수 있는 권리다. 반면 해외진출이 가능한 9년차 FA 신청 자격을 얻지는 못했다. 따라서 오승환이 올겨울 미국 혹은 일본으로 진출하기 위해선 프로야구 규약상 구단 동의가 필요하다.

삼성은 5일 '대승적 차원에서 오승환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오승환이 최대한 좋은 대우를 받고 해외 무대에 나갈 수 있도록 돕겠다는 방침이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오승환은 미국 또는 일본 무대 진출을 추진 중이다.
류 감독은 "팀 전력의 20~30%를 차지하는 오승환이 빠진 건 큰 손실"이라며 "오승환이 말 그대로 '끝판대장' 아니냐. 오승환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아주 크다"고 아쉬워 했다. 그러면서 류 감독은 "우리는 (오승환이 있기에) 8회까지만 야구하면 됐었다. 누가 마무리 투수가 될지 모르겠지만 오승환 만큼의 믿음을 줄 수 있을까. 마음 같아서는 오승환이 해외 무대에 진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류 감독의 마음이 전해졌을까. 소방수 후보 0순위인 안지만이 이날 경기에서 완벽투를 선보였다. 4-4로 맞선 9회 삼성의 6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안지만은 선두 타자 궈진유를 삼진 아웃으로 돌려 세운 뒤 린즈샹과 류푸하오를 각각 2루 땅볼, 헛스윙 삼진으로 잠재웠다.
10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안지만은 판우슝과 장타이산을 연속 삼진으로 제압한 뒤 천융지를 유격수 땅볼로 유도하며 이날 경기의 마침표를 찍었다. 삼성은 이날 퉁이를 5-4로 꺾고 'AGAIN 2011'을 향한 7부 능선을 넘었다. 그리고 소방수 후보 안지만의 존재 가치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좋은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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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위안=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