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파이브' 김선아, "'김삼순'을 어떻게 버려요" [인터뷰]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3.11.18 10: 52

11월의 어느 날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배우 김선아에게 가장 먼저 던지게 된 질문은 이미지 변신에 대한 것이었다. ‘김선아=로코여왕’이라는 인식이 확고히 자리를 잡은 탓일까? 어쩐지 ‘더 파이브’(정연식 감독) 속 처절한 분노로 완벽한 복수를 꿈꾸는 여자 은아는 그간의 김선아에게서는 기대하지 못했던, 의외의 면이 많은 인물이다. 그러나 김선아는 “이미지 변신의 기준이 뭘까요?”라 되물으며 호기심어린(?)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미지 변신의 기준이 뭘까요? 진지한 역할을 이번만 한 것은 아니라 특별한 이미지 변신은 아닌 것 같아요. 첫 영화에서 ‘몽정기’로 연기 변신을 했고요, 다시 '위대한 유산'이란 코미디를 했죠. 'S다이어리'는 섹스 코미디라고 홍보가 됐지만 사실상 성장 드라마였고, 그 다음이 액션 코미디 '잠복근무'였고 또 그 다음이 '내 이름은 김삼순'이었고요. '여인의 향기'에서는 시한부 역할로 제 나름대로는 밝은 장르 안에서 어두운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늘 이미지 변신을 해 왔던 것 같은데….(웃음) 사실 보시는 분들의 기억에는 '내 이름은 김삼순'의 삼순이 이미지가 크게 잡혀 있으셔서 이미지 변신이라 느끼시는 것 같아요.”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언급하는 김선아의 설명에서는 배우로서의 고민 한 자락이 묻어나왔다. 시청자들과 관객들의 인식 속에서 삼순이 이미지를 벗지 못한 것이 어떤 부분 자신이 부족한 탓도 있다는 것. 그럼에도 곧 “‘내가 이 사람(삼순이)을 어떻게 버려’ 란 생각으로 가고 있다”며 큰 인기를 누리게 했던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워낙 작품적으로도 좋았고, 아마 그런 캐릭터가 전무후무했던 이유도 있겠죠. 저 또한 대리 만족을 하면서 촬영을 했었고, 너무 감사해요. 처음에는 사실 같은 이미지로만 보이는 것에 대해 어려운 마음도 있었는데 지금은 ‘내가 이 사람을 어떻게 버려?’ 라는 생각으로 가고 있어요. (‘내 이름은 김삼순’을) 넘어 선다기보다는, 뭘 넘어서겠어요? 제 생각에는 그걸 넘어서는지 안 넘어서는지의 기준이 시청률이라면 운도 따라야 하고 전체적 호흡도 중요하고 그런 거라 제 스스로 해결할 수는 없는 문제인 것 같아요.”
이번 영화를 찍으며 겪었던 김선아의 고생담은 이미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져 있다. 하반신을 쓸 수 없는 역할이라 다리를 묶고 휠체어를 타는 생활에 익숙해져야 했다. 또 그런 상황에서 여러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해야했고, 부스스한 머리 모양과 기본적인 메이크업으로 여배우로서의 아름다움을 잠시 내려놓아야 했다. 고생 덕분일까. 김선아는 촬영이 끝난 후 굉장히 큰 만족을 느꼈다고 했다.
“개봉 전이지만 내 안에서의 만족도는 굉장히 컸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운 것도 너무 많고 힘들었던 만큼 내가 이런 작품을 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서 만이라도 ‘이 선택이 옳았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죠.”
이처럼 만족감이 큰 것은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빠듯한 촬영 스케줄과 여러 가지 감정 신, 아직은 영화 촬영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는 신인 감독 등 현장은 충분히 힘들기만 할 수 있었던 상황이다. 그렇지만 함께 모든 것을 헤쳐 나온 지금, 김선아는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며 조금 성장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생각해보면 지금의 결과를 해냈다고 믿을 수가 없는 현장이었어요. 그렇지만 제가 기는 연기를 하면 같이 기면서 대화해주시는 감독님, 늘 몰래몰래 밥을 챙겨주신 엄마 같았던 PD님과 미술감독님. 이 사람들이 없었으면 ‘이번 촬영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이 작품을 선택한 내 동물적 감각이 맞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감사한 마음이 커요.”
미세하게, 김선아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이어 그는 이번 영화로 멀리 있는 산 같기만 했던 강우석 감독에게 칭찬을 받았던 일을 전했다.
“강우석 감독님이라는 분은 멀리 있는 산 같은 분이었는데, 그 분을 이번에 처음으로 뵈면서 ‘이번 작품을 통해서 배우다, 왜 당신이 배우인지 알 거다’ 이런 얘기를 해 주셨어요. 사실 저는 작품이 끝나고 그런 칭찬을 들은 게 처음이다 보니까, 앞으로도 열심히 해야지 그런 생각이 들면서 좋은 분들을 만난 것만으로 만족하게 되더라고요. 사람 한 명을 잘 만나는 것도 큰 재산이라 생각해요. 인생은 꼬이려면 많이 꼬일 수 있는 건데 참 소중한 경험을 한 것 같아요. 그러고 보면 스스로 생각할 때 아주 큰 경험으로 아주 조금 성장한 느낌이 들어요. 아주 철없는 제가 아주 조금 성장한 느낌….”
‘더 파이브’를 찍기 전 김선아는 지쳐있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화를 만나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며 다시 힘을 내겠다는 마음이 많이 들었다고.
“한동안 제가 ‘쉬어야겠다’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숨 좀 고르고 가야지, 하는 생각을 사실은 했어요. 지쳐오더라고요. 의욕이 사라졌다고 할까?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고요. 그랬을 때 만난 게 이 작품이고 지금은 다시 ‘힘을 내야지’ 그런 마음이 많이 들어요.”
한 작품이 끝나면 그 여운에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하는 김선아다. 그런 그에게 데뷔 동기이자 오랜 친구인 장혁의 우정어린 조언들은 큰 도움이 돼 왔다.
“끝나면 힘이 들어요. 안 그러려고 작년부터는 노력 중이에요. 장혁 씨가 많이 도와줬어요. ‘그러면 안 돼’ 하면서, 제 성격을 잘 아니까요. ‘아이두 아이두’가 끝났는데 문자가 왔어요. ‘털어내라’고 하더라고요. 그 때 (장혁이)시사회를 가자고 해서 아마 차태현 씨가 나온 영화인가 그랬을 거예요. 거의 끌려가다시피 해서 간 뒤 다 같이 2차로 맥주 한 잔을 했어요. 가끔 격려를 해주기도 하고…. 이번 촬영장에도 유일하게 두 번 오신 분이 장혁 씨에요.”
KBS 2TV 드라마 ‘아이리스2’를 촬영 중이던 장혁은 김선아 뿐 아니라 ‘더 파이브’ 배우들·제작진과 특별한 친분이 있었다. 우연히 같은 지역에서 촬영을 하던 날 ‘의리남’ 장혁은 두 번이나 촬영장을 방문해 사람들과 시간을 보냈다.
“‘역시 장혁은 최고다. 현장에 하루에 두 번 오고 최고다’ 이랬어요.(웃음) 그 옆에 가서 우리끼리 잠시 맥주 한 잔 하면서 얘기를 했어요. 사실 같이 한 작품은 없고 2004년도에 장혁이 ‘S다이어리’ 때 현재 남자친구로 특별출연 해준 게 다에요. 그런데 데뷔 스타트가 거의 비슷해서 처음부터 친구처럼 지내는 가장 오래된 친한 사람이이에요. 서로 많이 의지하고요. 혁이나 나나 서로 말수가 적어서 말을 많이 하거나, 자주 보거나 하진 못하지만요.”
현재 김선아는 차기작을 고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실은 잠깐 멈춘 상태”라며 아직은 ‘더 파이브’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았음을 밝혔다.
“사실은 회복하는 데 좀 많이 걸려요. 내 작품 하고 있을 때에는 다른 것에 전혀 집중하지 않거든요. 소설도 안 읽고 음악도 안 듣고, TV도 안 보고…. 그게 잘 안돼요. 자꾸 생각이 딴 데로 가서 흐트러지는 게 싫은 것 같아요. 그냥 ‘하하 호호’는 하는데 생각은 없어요. 감정도 헷갈리게 되고…. 언젠가부턴 작품 끝나고 나서 안 그러려고 노력은 하고 있어요. 너무 기다리게 해드려서 죄송한 마음이 커요. 더 그러면 안 되겠죠? 작품수가 너무 없어 난.(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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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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