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씨름'이란 이름으로 이뤄진 '짬짜미' 승부조작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3.11.18 15: 38

승부조작이 또 터졌다. 축구, 농구, 야구, 배구 등 프로 종목에 이어 전통 민속스포츠인 씨름마저도 승부 짬짜미의 그물에 걸려들었다. 특히 개인 종목인 씨름 선수간의 은밀한 금전 뒷거래로 이루어진 승부조작이어서 더욱 충격적이다.
18일 대한씨름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전라북도 군산에서 열린 설날 장사 씨름대회 금강급 결승전에서 승부조작이 일어나 선수 두 명이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승전에서 맞붙은 선수들이 우승을 놓고 조작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주지검에서 이 승부조작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씨름협회는 이번 승부조작 발각 사건의 파장과 추이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현재 씨름협회 관계자들은 정확한 진상 파악을 위해서 전주로 내려가 상황을 살피고 있다. 씨름협회는 비록 이 사건이 전임집행부 때 일어난 일이어서 애써 가슴을 쓸어내리고는 있으나  수사의 촉수가 어디로 뻗칠지 몰라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도 서두르고 있다.
승부조작이 이뤄진 것은 지난해 1월 22일 열린 설날장사씨름대회 금강급(90kg 이하) 결승전에서 벌어졌다. 평소 학, 지연에서 별로 연결이 되지 않는 두 선수의 경기 결과가 예상외로 약체인 선수의 승리로 끝나자 협회 관계자들도 고개를 갸웃거렸다는 후문이다.
처음으로 우승한 A 선수가 장사 타이틀을 수차례 따냈던 B 선수에 비해 경력면에서는 도저히 비교를 할 수 없던 터여서 의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B선수가 노장이지만 근년 들어 예전의 기량을 회복, 강호로 다시 떠올랐기 때문에 그의 패배를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었다. 그 승부 자체에 진한 물음표가 달렸다는 얘기다. 
씨름협회는 A 선수가 우승 후 B선수의 계좌가 아닌 친척 계좌를 통해 우승상금의 일부를 전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단순히 우승을 양보한 것이 아니라 금품을 주고 받으며 순위 바꾸는 방법을 쓴 것이다.
씨름 짬짜미는 기존의 승부조작과는 조금 다르다. 금품수수를 제외한다면, 국내에서 가장 잘 알려진 쇼트트랙 '짬짜미'와 얼추 비슷하다. 빙상계는 지난 2010년 담합 후폭풍으로 극심한 내홍을 겪은 바 있다. 선수끼리 짜고 출전양보, 진로방해 등의 방법으로 담합을 해 문제가 발생했고 결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출전 정지 등의 징계를 받고 선수생활에 위기를 맞기도 했다.
여태껏 씨름판에서는 소속팀 승리를 위해 선수들끼리 져주기를 하는 일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져 왔다. 이름하여 '양보씨름'이다. 상대 팀 선수의 성향 등을 감안해 같은 조의 같은 팀 선수들끼리 미리 의논해 승부를 양보하는 경우를 '양보씨름'이라는 말로 불러왔다.
'양보씨름'은 물론 넓은 의미에서 승부조작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이번에 적발된 경우에는 선수 당사자 간에 직접 금전수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씨름협회가 이번 사건으로 들통이난 선수 개인간의 검은 거래를 어떻게 근절시킬 수 있을까. 모처럼 되살아나고 있는 씨름 붐을 이어갈 수 있을 방지책을 씨름협회가 제대로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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