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성주는 이미 멋진 아들이었다.
김성주가 지난 18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해 눈물 깃든 가족사를 꺼냈다. 목회활동을 했던 아버지가 바깥 일에는 열심이지만 집안 일에는 무관심했던 상처부터 시작해, 유독 엄격했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 그로 인해 아버지와 거리를 두고 지냈던 40년의 세월을 되돌아 봤다. 눈물을 흘렸고, 아련한 기억을 되짚어 가듯 물기 촉촉한 눈빛도 보였다. 소소한 추억을 떠올리다 미소를 머금었고 마지막은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에 고개를 떨궜다.
김성주의 이야기는 본인뿐만 아니라 MC들(이경규, 김제동, 성유리)의 눈물샘도 자극했다.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마음도 푹 젖어들게 만들었다. 그는 이제서야 돌아본 아버지라는 존재를 허심탄회한 마음으로 털어놨고, 아팠던 기억이 많았지만 우리 아버지들의 어쩔 수 없는 애정표현 방법이라고 편을 들어 해명했다. 아버지들이 표현하지 못한 감정 뒤로 얼마나 큰 사랑이 숨어있는지 나이가 들고, 부모님의 몸이 아파오면서 느낀 체험담을 털어놓은 것이다.

이날 김성주는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 동네에서 주먹 좀 쓰고 불량모임의 리더였다 갑자기 신학교를 가서 목회자가 된 경우다. 시골교회에서 목회를 했고 농민 운동도 좀 했다”고 말했다. 또 “늘 형편이 어려운 게 불만이었다. 우리집이 너무 가난한데 아버지는 바깥으로만 돌았다. 밖에선 평판이 참 좋았는데 집에서 우리 아버지는 왜 그럴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집에 무심했던 아버지에 대한 감정은 원망으로 번졌다. 그는 “대학시절 자취를 했는데 어머니가 집에서 이것저것 챙겨서 서울에 오실 때가 있었다. 짐이 많았는데 그렇게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이렇게 밖에는 살 수 없는 건가. 더 좋은 방법이 없나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것에 대한 원망이 차가운 아버지한테 다 갔다.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모두 차가운 모습이다”고 회상했다.
아버지에 대한 ‘오해’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걷혔다. 훈련소에 갈 때 놓친 아들의 모습을 한 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던 모습에서 김성주는 예상치 못했던 사랑을 느꼈다. 특히 아버지가 파킨슨병 초기 진단을 받은 후 그의 마음은 많이 조급해졌다.
김성주는 “최근에 아버지한테 화도 많이 내고 마음에 없는 표현을 아버지 건강 때문에 과장해서 했던 적도 있었다. 아버지와 엄마는 힘든 환경에서 살지 않게 해드려야겠다 싶어서 최선을 다해 살았는데 아버지가 갑자기 기다려주지 않는 것 같았다. 10년은 더 넘게 사셔야 한다. 해드리고 싶은 것도 많다”고 당부했다.
이날 김성주는 예상하지 못했던 아버지 편지를 받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김성주의 아버지는 “너를 잃을까봐 두려웠다. 그 마음이 우리 아들을 너무 나약하게 만들었나 싶다”고 처음으로 속 깊은 이야기를 꺼냈다. 이어 “과거로 돌아가 다시 널 키울 기회가 온다고 해도 아버지는 똑같이 널 키울 것 같다. 네가 아무 것도 못해도, 안해도 건강하게만 내 옆에만 있어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었다. 너무 원망하진 말아달라. 옛날 사람이라 표현하는 방법도 모르고 서툴러 오해가 많았던 것 같다. 난 네가 너무나도 귀해서 소중해서 그랬다. 날 지켜줘서 고맙다”고 적었다.
그동안 김성주는 늘 유쾌한 모습만 보여줬다. MBC 간판 아나운서에서 예능 MC로 전업하며 이례적인 성공을 거둔 인물인만큼 그의 모습에는 구김살은 없어 보였다. 생긴 것도 곱게 자란 도련님 같은 김성주는 반전 있는 인생 이야기로 호기심을 낳았다. 다행히 그는 아버지와의 관계를 생각하는 멋진 아들로 성장했고, 아픈 기억을 꿋꿋하게 버티고 이겨낸 큰 어른이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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