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기를 거둔 최지우의 냉혈 복수극이 끝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지난 18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수상한 가정부'에서는 박복녀(최지우 분)가 장도형(송종호 분)의 혐의를 굳히는 모습이 담겼다. 도형은 과거 복녀로 남편과 아들을 죽였던 살해범 서지훈으로, 복녀가 로보트 같은 말투와 얼음장 같은 감정으로 인생을 살게 만든 장본인이다. 복녀는 도형의 정체를 확신하고 있었지만 물증이 없어 이렇다 할 행동을 취하고 있지 못했던 터다.
복녀는 도형과의 여행을 절호의 기회로 봤다.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복녀가 의지할 것이라고는 도형의 자백 뿐이었다. 때문에 복녀는 치밀하게 자신의 계획을 완성시키기 위한 장치들을 숙소에 설치했다. 도형을 내리칠 둔기를 눈 여겨 봤고, 숨어 있을 장소도 점 찍어 놨다.

모든 일이 계획대로 돌아갔다. 복녀는 도형의 머리를 둔기로 내리쳐 정신을 잃게 만든 후 결박했다. 그 앞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자백을 요구했다. 물론, 도형은 순순히 범죄 사실을 털어놓지 않았고, 오히려 더 뻔뻔하게 발뺌했다. 진실은 복녀가 자리를 비우고 이태식(정문성 분) 형사가 현장에 도착하면서 드러났다. 태식은 도형의 존재를 숨겨주고 있는 인물이다.
도형은 복녀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태식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놨다. "아직은 괜찮아. 어떻게든 되돌릴 수 있어. 말하지 말고 조용히 하란 말이야"라며 자신이 서지훈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했다. 하지만 복녀는 CCTV를 통해 이 모습을 모두 지켜봤다. 도형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이 과거 복녀의 가족을 죽인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자백한 꼴이 됐다.
이 과정은 치밀하고 또 긴박감 넘치게 그려졌다. 서지훈이라는 인간에게 가지고 있는 떨쳐낼 수 없는 혐오감을 품고 있으면서도 사랑하는 ‘척’ 연기해야 했던 복녀의 감정은 구슬펐다. 로보트 처럼 말하던 복녀가 태식에게 달려가 도움을 요청하는 장면은 그가 얼마나 절박하게 이 순간을 기다렸는지 헤아릴 수 있는 부분. 누구보다 평정심을 지켜봤던 복녀는 이 몇 시간 동안 오르락내리락하는 감정 기복을 보였다. 도형에 대한 분노와 목숨을 걸고서라도 진실을 밝히고자 했던 절박함이 모두 담겨 있었다.
복녀라는 인물이 살 수 있었던 데에는 최지우라는 배우의 힘이 분명 한몫했다. 최지우는 극중 도형을 다그치면서도 예의 지켜왔던 감정선을 놓지 않았다. 어떤 충격도 이제는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무장된 우여곡절 많은 복녀를 사실감 있게 그린 것. 동시에 자신이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은상철(이성재 분)의 아이들 은한결(김소현 분), 은두결(채상우 분), 은세결(남다름 분), 은혜결(강지우 분)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지는 극과극의 모습을 보였다. 복수의 순간을 앞두고 고조된 긴장감을 끌고 오다가도 혜결의 목소리에 한 순간에 눈물을 떨구는 등 그야말로 ‘눈물의 여왕’다운 면모를 마음껏 발휘했다.
'수상한 가정부'는 오는 26일 종영을 앞두고 있다. 복수를 위해 살아왔던 복녀가 인생의 목표였던 지훈을 제거하는 모습은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가 될 전망. 다만, 냉정하고 차가운 감성으로 복수의 날을 기다렸던 그가 어떤 식으로 자신의 처절한 감정을 터트릴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그 복수가 얼마나 공감대를 얻으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살지도 관전 포인트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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