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망쳤으니 잘해야죠".
지난 18일 오키나와 킨베이스볼스타디움. 백팀 선발투수로 나선 송은범이 마운드에 올랐다. 2이닝을 삼진 3개 포함 퍼펙트로 가볍게 막았다. 최고스피드는 144km. 전력 분석원은 "가볍게 몸 풀듯이 던진 첫 실전치고는 썩 괜찮은 볼이었다"고 평했다.
송은범은 KIA의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에서 가장 칭찬받는 선수이다. 선동렬 감독은 "송은범은 단연 캠프의 MVP이다. 훈련에 대한 열의 뿐만 아니라 솔선수범하면서 훈련 분위기를 만들며 후배들을 이끄는 모습도 참 좋았다"고 칭찬했다. 양현종이 "내년에는 송은범 선배가 에이스가 될 것이다"고 말한 것도 훈련에 대한 열의와 진지함 때문이었다.

송은범은 왜 이렇게 열심히 하느냐는 질문에 "올해 망쳤으니 잘해야죠"라고 씩 웃더니 "아직은 모자란게 많다. 지난 시즌이 안좋았으니 내년 시즌을 착실하게 미리 준비하고 싶다"고 이유를 말했다. 올해 실패 이유도 "욕심이 너무 앞섰다. 재활중이었는데 FA 생각 때문에 너무 잘 던지려고 욕심을 부렸다. 내 몸상태에 맞추지 못했다"고 자체진단을 내렸다.
송은범은 지난 5월 SK에서 이적 이후 35경기에서 1승6패 2세이브 6홀드, 방어율 7.71를 기록했다. 스스로도 납득할 수 없는 성적이었다. 송은범이 우승의 키워드가 될 것이라는 모든 이들의 기대를 물거품이 됐다. 재활중에 이적했고 정상적으로 던질 수 있는 몸상태가 아니었는데도 급하게 마운드에 오른 것이 부진의 이유였다. 결국 FA 기한을 채우지 못한 우울한 시즌이었다. 이런 점에서 이번 마무리 캠프는 그에게는 힐링캠프이다.
송은범은 마무리캠프 초반 빠르게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처음에는 하프피칭 50개를 시작으로 불펜에서 128개까지 던졌다. 세번째는 180개를 소화했다. 그리고 60~70개로 조정한 뒤 195개를 뿌렸다. 구종도 직구, 슬라이더, 커브에 체인지업을 추가했다. 송은범은 "지금은 러닝 위주로 훈련을 많이 하면서 볼은 많이 던지지 않고 있다. 던지는 몸상태는 좋다"며 웃었다.
송은범은 윤석민 없는 선발진의 대안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그도 윤석민의 빈자리가 크다는 점을 안다. 그러나 그는 모든 투수들의 분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투수들이 얼만큼 해주느냐에 마운드가 달라질 것이다. 이번 훈련을 보니 내년에는 우리 투수들이 많이 좋아질 것이라는 느낌이 생긴다. 나도 12월을 잘 보내고 내년 스프링캠프를 잘 소화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은범의 훈련은 11월에 끝나지 않는다. 12월에도 괌으로 건너가 훈련에 매진할 생각이다. 그만큼 부활에 대한 의욕이 남다르다. 선동렬 감독은 "자비를 들여서라도 12월에 외국에 나가 훈련을 하고 싶다고 한다. 12월을 잘 보내고 스프링캠프를 맞이한다면 몸상태는 더욱 좋아질 것이다. 내년에는 선발진에서 좋은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웃었다. 과연 부활의 2014시즌이 될 것인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는 송은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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