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선시리즈이기는 했으나 그래도 2년 연속 자존심에 생채기가 났다. 삼성 라이온즈가 이번에도 아시아시리즈 결승 진출에 실패하며 안 좋은 기억을 하나 더 쌓았다.
삼성은 18일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구장에서 열린 캔버라 캐벌리와의 준결승전서 연장 접전 끝에 5-9로 패했다. 삼성은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2012 아시아시리즈서 당시 대만 챔피언 라미고 몽키스에게 0-3으로 패하며 결승 진출이 좌절된 데 이어 이번에도 결승에 오르지 못하며 아쉬움을 샀다.
15일 시리즈 첫 경기서 이탈리아 챔피언인 포르티투도 볼로냐를 5-2로 꺾으며 1승을 거둔 삼성은 17일 대만 1위팀 퉁이 라이온스와 연장 접전 끝 5-4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이날 경기서도 아쉬움이 그득했다. 선발 김희걸이 3⅔이닝 5피안타 2실점으로 무너진 여파를 박근홍(2⅔이닝 1피안타 1실점), 신용운(⅓이닝 무실점)이 막아내며 홀드를 따냈으나 좌완 조현근-사이드암 심창민이 동점을 허용, 4-4에서 연장으로 흐르고 말았다. 결국 시즌 중 셋업맨으로 뛰던 안지만을 뒷문으로 돌린 후에야 5-4 신승을 거둘 수 있었다.

캔버라와의 경기서도 결국 헐거워진 뒷문이 붕괴되고 말았다. 3이닝 3실점한 선발 배영수의 뒤를 이어 두 번째 투수 차우찬이 6이닝 4피안타 2실점 1자책으로 호투를 펼쳤으나 믿었던 안지만이 연장 10회 머피에게 결승 투런을 내주는 등 1아웃만 잡고 3피안타 3실점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10회초 4실점을 하며 결국 패하고 만 삼성이다.
이번 시리즈서 삼성은 마무리 오승환의 공백을 절실하게 느꼈다. 2005년 데뷔 이래 꾸준히 삼성의 승리를 매조지며 개인통산 277세이브를 올린 오승환. 삼성하면 오승환이었고 오승환하면 삼성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오승환이 올 시즌을 마치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취득, 메이저리그-일본 무대 진출을 노리고 있다. 한국시리즈 우승 후 팀이 오승환의 해외 진출을 대승적으로 결정함에 따라 오승환은 아시아시리즈에 불참했다.
데뷔 이래 오승환은 2006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부터 세계 무대에도 맹위를 떨쳤던 주역이었다. 그러나 삼성의 뒷문을 상징하던 오승환의 결장이 확정되며 류중일 감독은 “이번 아시아시리즈서는 안지만이 뒷문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던 바 있다. 그러나 안지만은 지난해 28홀드 평균자책점 1.71로 맹활약했던 데 반해 올 시즌에는 22홀드 평균자책점 3.11로 지난해에 비해 다소 위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고 종종 불안감을 비추기도 했다.
마무리 오승환의 부재는 아쉽게도 삼성의 준결승 패퇴까지 이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삼성이 다음 시즌 오승환 없이 4년 연속 통합우승에 도전해야 한다는 점. 2년 만의 아시아시리즈 우승 꿈을 실현하지 못한 삼성은 앞으로 안고 가야 할 오승환 공백에 대해 더욱 심각하게 다가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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