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가 18일 캔버리 캐벌리와의 아시아 시리즈 준결승전서 5-9로 패하며 올 시즌 마침표를 찍었다. 아쉽게도 2년 전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했으나 정말 잘 싸웠다. 잇딴 악조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했으니.
삼성은 두산을 꺾고 사상 첫 정규시즌 및 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를 달성했다. 허나 우승의 기쁨을 누릴 여유도 없이 아시아 시리즈 대비 훈련에 돌입했다. 주력 선수들의 연쇄 불참 속에 힘겨운 승부가 예상됐던 게 사실.
투수 가운데 해외 무대 진출을 추진 중인 오승환을 비롯해 윤성환, 장원삼, 릭 밴덴헐크 권혁 등 주축 투수들이 대거 불참했다. 그리고 홈런왕 출신 최형우가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로 대만행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다. 대신 이동걸, 박근홍, 백정현, 김현우, 김건필(이상 투수), 이상훈, 박찬도(이상 외야수) 등 장차 삼성을 이끌 기대주들이 아시아 시리즈 엔트리에 승선했다.

아시아 시리즈는 속된 말로 '잘 해봤자 본전, 못 하면 독박'의 분위기다. 작년에도 그랬었다. 더욱이 통합 3연패를 달성한 만큼 팬들의 기대치는 절정에 이르렀다. 류중일 감독은 아시아 시리즈를 앞두고 "지금도 축제 분위기에 있어야 하는데 아시아 시리즈 때문에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국가 대항전보다 리그 챔피언의 친선 경기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드러낸 바 있다.
피로도가 극에 달한 선수들은 "힘들어 죽겠다"고 토로하면서도 "승부에서 지고 싶어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아시아 시리즈가 열리는 대만에 입성한 삼성은 각종 악조건을 피할 수 없었다. 훈련 장소가 없어 숙소 근처에서 가볍게 몸을 풀어야 했고 퉁이전을 치르기 위해 버스로 2시간 떨어진 타오위안 구장에서 경기를 해야 했다.
구단 관계자는 "퉁이전이 열리는 날 선수단 버스가 바뀌었다. 평소와 달리 의자가 젖혀지지 않아 선수들이 이동하는 내내 불편함을 호소했다"고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그렇다고 심판 판정이 공정했던 것도 아니었다. 누가 봐도 석연치 않은 판정이 수 차례 반복됐다. 류 감독은 캔버라와의 준결승전에서 패한 뒤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2년 전의 영광을 재현했더라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지만 끝까지 잘 싸웠다. 류 감독도 더 이상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 최선을 다한 삼성 선수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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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중=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