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의 사자후] 데릭 로즈, 과연 마이클 조던의 후계자가 될까?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3.11.19 14: 21

마이클 조던의 은퇴 후 침체기를 겪고 있던 시카고에 한 줄기 빛이 등장했다. 주인공은 조던이 1998년 마지막 우승을 차지했을 때 겨우 10살이었던 데릭 로즈(25, 시카고 불스)다. 2008년 미국프로농구(NBA)에 전체 1순위로 데뷔한 로즈는 2011년 조던 이후 처음으로 정규시즌 MVP를 차지한 시카고 선수가 됐다. 불스 팬들은 시카고에서 태어난 로즈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었다.
▲ 시카고 어디를 가도 로즈! 로즈!
기자는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치러진 불스 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차세대 美국가대표 포인트가드 주전을 다투는 데릭 로즈와 카이리 어빙(21, 2011년 드래프트 1순위)이 처음 맞붙어 관심을 모은 경기였다.    

시카고 오헤어(O`Hare) 국제공항에 들어서자마자 로즈를 표지모델로 세운 NBA잡지가 보였다. 시카고 마천루의 상징적 빌딩인 ‘행콕 센터’를 방문하니 1층에서 로즈의 유니폼을 팔았다. 시카고의 명물인 ‘지오다노 피자’에 가서 주문을 하니까 광고모델인 로즈가 웃고 있었다. TV에서는 로즈가 광고하는 농구화CF가 나왔다. 시카고에서 도저히 하루라도 로즈의 얼굴을 보지 않고는 살 수가 없었다. 그만큼 그는 슈퍼스타였다. 
시카고 시민들은 참 스포츠를 사랑한다. 11일 미국프로풋볼(NFL) 시카고 베어스 대 디트로이트 라이온스 경기에 6만 1500명의 팬들이 몰렸다. 또 같은 날 저녁에 열린 미국프로하키(NHL) 지난 시즌 챔피언 시카고 블랙호크스 대 에드몬트 오일러스 경기도 2만 2000석이 모두 매진됐다. 기자는 두 경기를 모두 취재했다. 하지만 다른 어떤 스포츠에서도 데릭 로즈가 첫 등장할 때처럼 한 선수에게 폭발적인 반응이 나오는 경우는 없었다. 로즈는 시카고 최고의 스포츠스타였다.
▲ 싱거웠던 카이리 어빙과의 대결
불스의 홈구장 유나이티드 센터는 경기시작 두 시간 전부터 인산인해였다. 경기장으로 진입하는 고속도로의 교통체증이 극심했다. 겨우 빠져나와 29달러짜리 주차장에 차를 댔다. 이날 시카고의 날씨는 영하 1도에 강풍까지 심했다. 하지만 불스 유니폼을 차려 입은 팬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바깥에서 질서정연하게 입장을 기다렸다.  
 
불스경기 입장권 가격은 87달러(약 9만원)부터 2550달러(약 280만원)까지 다양했다. 2만 2000여석에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여느 미국 팬들이 다 마찬가지지만 경기 중에도 쉴 새 없이 피자와 핫도그 등 군것질에 여념이 없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경기장은 음식물 반입이 철저히 금지된다. 팬들은 경기장에서 시중보다 비싼 돈을 주고 간식을 사먹는데 전혀 주저하지 않는다.
불스용품을 파는 팬스토어도 줄을 서서 입장할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데릭 로즈의 유니폼부터 인형까지 없는 것이 없었다. 단연 로즈의 티셔츠와 유니폼이 가장 인기가 많았다.
 
로즈가 몸을 풀러 코트에 첫 발을 내딛자 일제히 2만 여명의 환호성을 질렀다. 경기 전까지 코트 플로어에 머물 수 있는 기자도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클리블랜드 선수들은 극성 맞은 시카고 팬들의 야유와도 맞서 싸워야 했다. 그 중 올해 드래프트 전체 1순위를 차지했지만 거의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앤서니 베넷을 조롱하는 팬들도 많았다.
기대와 달리 이날 로즈의 경기력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21개의 야투 중 6개만 성공시키며 16점에 그쳤다. 어빙 역시 저조한 야투(5/19)로 16점에 그쳤다. 로즈는 종료 3분여를 남기고 7점 차로 앞서는 결정적인 레이업슛을 성공시켜 팀을 96-81 대승으로 이끌었다.
▲ 로즈, 마이클 조던의 후계자가 될 수 있을까?
경기 후 라커룸에서 로즈의 인터뷰가 열렸다. 50명이 넘는 기자들이 로즈가 샤워를 마치고 알몸으로 나타나길 기다렸다. 그 중에 여성들도 있었다. 라커룸에 진을 치고 있던 기자들은 로즈가 속옷을 갈아입자마자 질문세례를 퍼부었다. 심지어 그의 속옷색깔이 무엇인지 화제가 될 정도로 모든 것이 관찰거리였다. 로즈는 블랙베리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면서 인터뷰에 임했다.
로즈는 경기 중 햄스트링 부상을 입어 심기가 불편한 상황이었다. 어빙과의 대결에 대해 “좋은 선수고 앞으로 더 발전할 것”이라는 뻔한 대답만 돌아왔다. 어빙 역시 “로즈와의 대결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팀이 져서 힘들 뿐”이라고 대답을 피했다.
상대적으로 기자들의 관심이 적은 ‘로즈의 멘토’ 커크 하인릭과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하인릭은 로즈에 대한 언론의 지나친 관심에 대해 “스타라면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로즈가 아직 몸이 완전치 않아 자신이 원하는 플레이를 못하니까 화가 난 것 같다. 어빙도 좋은 선수지만 로즈를 따라가려면 멀었다”면서 동료를 먼저 챙겼다.
시카고는 지난 시즌을 통째로 쉬었던 로즈가 복귀한 것만으로도 큰 힘을 얻는 분위기다. 센터 조아킴 노아 역시 “로즈는 누구나 인정하는 우리 팀의 에이스다. 시카고 시민들에게 영웅이다. 오늘은 내가 골밑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해줬어야 했다”고 반성했다. 경기를 마친 노아의 몸은 상처투성이였다. 엄지발가락에 살점이 떨어져나갈 정도로 몸싸움이 격렬했다. 
멋진 검정색 가죽재킷을 걸친 로즈는 스포츠카를 타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기자 역시 마이클 조던 동상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경기장을 나왔다. 시카고 시민들은 로즈에게 NBA 6회 우승을 달성한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었다. 곁에서 지켜 본 시카고의 응원과 기대는 큰 힘이자 부담거리였다. 시카고에서 태어나 자란 로즈가 팬들이 원하는 바를 모를리 없다. 과연 로즈는 그 숙원을 속시원하게 풀어줄 수 있을까. 그의 두 어깨가 무겁다.  
jasonseo34@osen.co.kr
시카고=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