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철퇴맞은 씨름협회 행보는?
씨름 승부조작에 대해 대한씨름협회가 19일 서울 송파구 오륜동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박승한 대한씨름협회 회장은 기자회견서 "전주지검에서 밝혀진 승부조작 사건에 대해 씨름을 사랑해주시는 국민 여러분께 깊이 머리숙여 사죄의 말 드린다. 지난해 전북 군산에서 열린 설날 씨름 장사대회서 승부조작에 가담한 2명의 선수를 구속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박 회장은 "1980년대 이후 씨름판 부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사건이 발생되어 크게 당혹스럽다. 만약 사실로 밝혀질 경우 당사자들은 영구제명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 재발방지를 위해 경기 감독위원회의 감독 활동을 더욱 강화하겠다. 모든 임직원들이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보완하겠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18일 전주지방검찰청은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씨름선수 안 모(26), 장 모(36) 씨 등 2명을 구속했고 수사를 확대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월 22일 전북 군산에서 열린 설날 장사씨름대회 90kg 이하급 금강급 결승전에서 승부를 조작한 혐의다. 현재 조사결과 당시 결승서 안 씨는 장 씨와 사전에 승부를 조작한 뒤 결승에서 3-2로 우승을 차지했다. 검찰은 이들 사이에 우승을 양보하고 1000~2000만 원의 돈이 오간 것으로 보고있다.
장 씨는 당시까지 통산 7번이나 장사 타이틀을 차지한 백전노장이었지만 우승 경험이 없는 안 씨에게 무기력하게 졌다. 안 씨의 소속팀은 전북을 연고로 창단한 지 3년간 한 명의 우승자도 내지 못해 상당히 압박감을 느낀 상태. 안 씨는 장 씨의 친척 계좌를 통해 우승 상금의 일부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씨름협회는 승부조작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박 회장은 "선수 등록을 할 때 철저하게 승부조작과 관련된 부분의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도록 서약까지 받고 있다. 앞으로 다시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씨름협회는 빠른 진상파악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재발방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입장을 내놓기는 했지만 구조적인 해결책에 대해서는 발생하지 않은 상황.
특히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는 선수들끼리 암묵적으로 발생하는 '양보씨름'이 가장 큰 문제다. 여태껏 씨름판에서는 소속팀 승리를 위해 선수들끼리 져주기를 하는 일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져 왔다. 이름하여 '양보씨름'이다. 상대 팀 선수의 성향 등을 감안해 같은 조의 같은 팀 선수들끼리 미리 의논해 승부를 양보하는 경우를 '양보씨름'이라는 말로 불러왔다.
또 전주지검은 새로운 선수 1명이 더 승부조작이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씨름협회의 향후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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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한 대한씨름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