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개봉해 국내 영화계의 대표적 작품으로 남아 있는 영화 ‘올드보이’가 10년 만에 돌아온다. 10년 전 필름으로 극장에서 상영됐던 ‘올드보이’는 좀 더 선명한 화질로 영화 팬들을 만나게 됐고 당시 ‘올드보이’를 보며 충격에 빠졌던 영화 팬들은 10년 만에 그 충격을 감탄으로 느낄 기회를 갖게 됐다.
무엇보다 10년 만에 돌아오는 ‘올드보이’에 감회가 남다를 사람은 바로 ‘올드보이’를 연출했던 박찬욱 감독일터. 그는 10년이란 세월이 흐른 뒤, ‘올드보이’에 출연했던 배우들의 소소한 변화들이 그저 재밌었다며 10주년 재개봉 소감을 밝혔다.
“재개봉을 위해서 ‘올드보이’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다들 모여 기념 촬영을 한 적이 있어요. 그 중에 자주 만나는 사이도 있었지만 한꺼번에 모인 다는 것이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었으니까 감개무량했죠. 그리고 최민식과 저는 많이 늙었고 배도 나오고 그랬는데 유지태, 윤진서는 똑같고, 강혜정은 더 어려졌더라고요. 변화 내지는 변화 없음 그런 것들이 재밌었어요.”

10년 만에 돌아온 ‘올드보이’. 무엇이 달라졌을까. 박찬욱 감독은 내용적인 면은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며 다만 당시 하기 어려웠던 단점들을 보완했다며 관객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본인만이 알 수 있는 실수들도 수정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예를 들어 4층 창밖에 스태프가 지나가는 등의 실수들.

“색 보정을 좀 했어요. 옛날에는 기술적인 한계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아주 미세한 교정이 어려웠죠. 부분적인 조정도 못해요. 뭐 하나 고치려고 하면 전체를 다 고쳐야 했거든요. 그런데 디지털로 변환하면서 부분적으로 수정이 가능해졌어요. 때문에 단점을 보완할 수 있었고 내가 촬영감독과 당시 의도했던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여러분은 절대 눈치채지 못할 실수들, 내 눈에만 보이는 실수들도 수정했죠. 예를 들어 4층 창밖에 스태프가 지나간다거나 등의 실수들요(웃음). 내용상의 수정은 전혀 없어요.”
‘올드보이’를 연출하며 거장의 반열에 오른 박찬욱 감독은 이제 할리우드에서 러브콜을 받을 정도로 전 세계적인 감독이 됐다. 그렇다면 ‘올드보이’ 속 인물들의 10년 뒤는 어떨까. 박찬욱 감독은 영화 속 등장하는 오대수의 마지막 웃음이 어떤 감정이냐에 따라 다르지 않겠나며 당시 의견이 분분했던 결말에 대한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오대수의 웃음이 어떤 감정이냐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요. 저는 그냥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오대수의 기억을 지우려는 시도가 성공했던 실패했던 그 시도가 중요했다는 걸요. 대수라는 사람이 외면하고 싶은 진실을 이미 알아버렸는데 그걸 지워가면서까지 이 사랑을 유지하고 싶다는 그 욕망을 품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거죠. 결과에 상관 없이요. 어떻게 보면 추악하다고도 할 수 있고 어떻게 보면 숭고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 까요.”
‘올드보이’가 개봉했을 당시, 사람들은 ‘올드보이’의 내용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실제로 개봉 당시 결말이 가져다 줄 충격을 극대화하기 위해 제작진은 결말 함구령을 내리기도. 하지만 이제는 전 국민이 알아버린 결말이기에 10년 후 다시 보는 ‘올드보이’가 과연 보는 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하는 점이 재개봉을 앞둔 ‘올드보이’의 과제일터. 이에 박찬욱 감독은 결말의 재미는 없지만 그 결말을 위해 설계된 ‘올드보이’를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면서 하나하나 음미할 수 있는 재미가 있을 거라고.

“당시에는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공개되지 않았고 관객들이 뭐길래 꽁꽁 감추고 스포일러 어쩌니 그러면서 법석을 떠나 뭔가 보자고 보다가 그 순간에 놀라고 그랬잖아요. 그때는 그런 재미가 있었다면 그 재미가 없는 대신에 바로 그 충격적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을 위해서 처음부터 영화가 어떻게 설계됐는지 알고 보는 재미가 있을 거에요. 아주 작은 것들까지도 세심하게 배려된 걸 느낄 수 있는 거죠. 결말을 위해서 디자인된 것들 하나하나를 음미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재미가 있지 않을까 해요. 그리고 또 하나 바라는 게 있다면 그 시절 나이가 어려서 극장에서 ‘올드보이’를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올드보이’를 큰 스크린으로 보는 경험을 하는 것이 제가 제일 바라는 부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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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