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독' 손정오(32)가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또 한국 복싱의 현주소도 보여준 한판이었다.
손정오는 19일 제주 그랜드호텔 특설링에서 열린 WBA 밴텀급 세계챔피언전서 챔피언 가메다 고키(27)를 맞아 한 차례 다운을 뺐는 등 치열한 경기를 펼쳤지만 판정 끝에 1-2로 패했다. 2006년 이후 명맥이 끊겼던 세계 챔피언에 도전했던 손정오는 아쉬움을 삼키고 말았다.
이날 승리로 가메다는 8차방어에 성공하며 32승 1패의 통산 전적을 기록했다. 손정오는 20승 2무 5패로 패가 늘어났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선 것은 가메다. 일본 최고의 복싱 집안인 가메다家의 장남인 그는 31승(17KO) 1패라는 뛰어난 성적으로 WBA 라이트 플라이급, WBC 플라이급, WBA 밴텀큽을 차례로 석권한 강자.
반면 손정오는 2000년 신인왕전서 우승한 뒤 플라이급, 슈퍼플라이급, 밴텀급에서 한국챔피언에 올랐지만 2007년 생계 문제로 복싱계를 떠난 바 있다. 손정오는 2009년 링에 복귀해 현재 WBA 랭킹 14위에 올라있다. 말 그대로 언더독. 기대하지 않았지만 손정오는 치열하게 경기에 임했다.
10라운드에서 다운을 한 차례 빼앗는 등 예상을 뒤엎고 대등한 싸움을 벌였지만 챔피언을 넘어서기에는 살짝 부족했다. 경기는 제주도에서 열렸지만 가메다측이 주최한 대회라는 점에서 더 압도적인 경기 내용이 필요했다.
경기를 마친뒤 손정오는 밝게 웃었다. 반면 가메다는 초초해 했다. 심판판정의 결과는 의외였다. 115-112, 116-113.5, 114-114.5로 치열한 경기였다.
손정오의 패배는 한국 복싱계의 안타까운 사정과 맞물린다. 이번 경기의 주최자는 일본. 세계 챔피언이 없기 때문에 개최할만한 여건이 아닌 한국은 가메다와 경기를 펼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가메다도 약체를 찾는데 손정오를 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일본과 가까운 제주라면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었다.
만약 손정오가 경기 초반 정타가 몇 차례 더 가메다의 얼굴을 가격했다면 유리한 판정이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주최측의 힘을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