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잘해서는 안 되죠. 확실한 모습을 보여줘야만 국가대표에 뽑힐 수 있다고 봅니다."
롯데의 미래로 손꼽혔던 전준우(27)는 작년과 올해 마음고생이 심했다. 전준우는 2010년 시즌 중반 혜성처럼 등장해 홈런 19개를 날려 거포 유망주로서 기대를 모으더니 2011년에는 톱타자로 전경기에 출전, 타율 3할1리 97득점 11홈런 23도루로 득점왕에 올랐다. 하지만 작년 타율 2할5푼3리 7홈런 38타점으로 힘겨운 시즌을 보냈고, 올해에는 조금 나아지긴 했으타 타율 2할7푼5리 7홈런 66타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게다가 올 시즌은 개막 전부터 4번타자 후보로 낙점받는 등 주위에서 거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과도한 기대에 전준우는 부응하지 못했다. "(최)준석이 형이 와서 다행이다. 준석이 형이 중심타선에 선다면 난 다시 부담없이 내 야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최준석의 영입을 반기기도 했다.

지난 2년을 돌이켜보면 힘든 시간이 더 많았지만 전준우는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경험을 한 시기였다. 정말 많은 걸 배웠다"는 말로 정리했다.
▲ 2년 동안 괴롭히던 발목, 수술로 통증 작별
전준우는 지난달 오른발목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발목을 자주 쓰면서 뼈가 웃자랐고, 이게 부러지면서 발목을 돌아다녀 그를 힘들게 했다. 시즌 중에는 재활로 버텼지만 시즌이 끝난 뒤 트레이너와 상의를 해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렇지만 전준우는 시즌 중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아파도 야구를 잘 하면 그만이고, 야구를 못 하면 아프다는 이야기는 핑계밖에 안 되기때문에 굳이 말을 안 했다"는 것이 전준우의 생각이다. 그렇지만 아픈 발로 야구를 하는 건 쉽지만은 않았다. 그는 "정말 많이 아팠다"며 당시를 회상하며 얼굴을 찡그렸다.
다행히 간단한 수술이라 현재 전준우는 정상적으로 재활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내년 초 떠나는 전지훈련까지 맞추는 것도 큰 문제는 없는 상황. 2년 동안 그를 괴롭혀던 발목 통증과 작별을 선언한 전준우다.
▲ "아시안게임, 내게는 마지막 기회"
전준우는 내년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국가대표 외야수 후보 가운데 한 명이다. 최근 2년 성적은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리그에 우타 외야수가 없다는 점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군 미필 우타 외야수 가운데 대표팀 후보로 거론되는 선수는 전준우와 나지완(KIA) 정도 뿐이다.
만약 전준우는 내년 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 못하면 더 이상 군입대를 미룰 수 없다. 즉 내년 전반기가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어떻게든 내년 전반기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줘야만 한다.
그가 돌아가길 원하는 모습은 2010년 후반기다. 당시 전준우는 타율 3할이 넘었고, 결정적인 홈런도 많이 때리면서 팬들의 뇌리에 이름 석 자를 제대로 새겼다. 전준우는 "어중간하게 잘 해서는 안 된다. 확실한 모습을 보여줘야만 대표팀에 뽑힐 수 있을 것 같다"면서 "2010년 처럼 야구를 하는 게 당장의 목표다. 확실히 (대표팀에) 뽑힐 정도로 야구를 하지 않는다면 내가 불안해서 안될 것"이라고 활약을 다짐했다.
▲ 계속 바뀐 타격 폼, '감 잡았어'
전준우는 올해 여러 번 타격폼을 수정했다. 여러 자세로 타격을 했는데 타석에서 발을 딛는 방법을 계속 바꿨다. 그는 "작년 야구가 안 될때는 그냥 내 타격폼을 고집했다. 근데 올해는 조금씩 손을 봤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묻자 "하체만 조금씩 바꿨다"는 답이 돌아왔다. 전준우는 "시즌 막판에는 오픈 스탠스(하체를 열어놓고 발을 딛는 방법)로 재미를 봤다. 타격 폼을 여러 번 바꿨는데 그게 가장 나에게 잘 맞는 것 같다"면서 "박흥식 코치님 추천으로 타격 폼을 바꿔보고 있는데 내년에도 상의를 해보고 오픈 스탠스로 계속 밀고갈지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신중하게 말했다.
실제로 전준우는 9월 장타율이 회복되는 기미를 보였다. 월간타율은 2할6푼4리였지만 72타수에 홈런 3개 18타점을 올렸는데 2루타 3개, 3루타 1개로 월간 장타율 4할5푼8리를 기록했다. 참고로 전준우의 시즌 장타율은 3할8리였다. 발목 뼛조각 수술과 기술적 진보, 그리고 새로운 각오로 무장한 전준우의 2014년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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