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남자' 정성룡(28, 수원 삼성)이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FIFA 랭킹 56위)은 20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아랍에미레이트(UAE) 두바이 자빌 스타디움서 끝난 러시아(19위)와 올해 마지막 평가전서 1-2로 통한의 역전패를 당했다. 전반 6분 만에 김신욱이 선제골을 터트렸지만 전반과 후반 한 차례씩 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정성룡은 경기 후 믹스트존 인터뷰서 "올해 마지막 A매치였는데 1-2로 패해 아쉬웠다"면서 "스위스전 역전승에 이어 2연승을 거뒀으면 분위기를 탔을 텐데 오늘 경기로 또 많이 배웠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정성룡은 이날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며 만회골의 빌미를 제공했다. 전반 12분 오른쪽 측면에서 날카로운 크로스가 올라왔고 정성룡이 길게 손을 뻗었지만 허사였다. 공은 그의 손을 맞고 골문 안쪽으로 빨려들어갔다. 문전으로 쇄도하던 피오도르 스몰로프가 한국의 골망을 흔들었다.
정성룡은 "크로스를 쳐내거나 잡기가 쉽지 않았다. 공도 길게 나가지 않았다. 가까운 곳에서 크로스가 왔고 내가 부족했다. 첫 실점으로 많이 배웠다"며 "두 번째 실점은 세트피스에서 내 앞에 한 명이 서 있어 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빨리 뜨질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성룡은 이어 "팬들과 동료들에게 미안하다. 올해 어느 순간부터 쓴소리도 많이 듣고 경기력에서 안 좋은 부분도 있었다"며 "팀에 돌아가 남은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 아직 기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준비를 잘하겠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정성룡은 최근 후배 김승규에게 주전 골키퍼 자리를 내줬다. 브라질전서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인 것이 화근이었다. 소속팀에서도 부진이 이어졌다. 포항전서 어이없는 실수로 자책성 짙은 골을 내주며 역전패의 장본인이 됐다. 이날도 뼈아픈 실책을 범하며 고개를 숙였다.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최근 부진은 나도 참 모르겠다. 나름대로 준비를 하는데 안 따라주는 거 같다. 산이라도 올라가서 마음을 다스려야겠다"는 정성룡은 "누구나 굴곡은 있다고 본다. 조급해하는 것보다는 쓴 보약으로 생각하고 한 단계 성장하겠다"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 것임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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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UAE)=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