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수가 적지는 않다. 그러나 확실한 정포수는 뚜렷하게 많이 나오지 않았던 2013시즌. 경험 많은 포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팀에는 선수단 내 또 한 명의 숨은 코칭스태프이자 전력분석원을 데려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오는 22일 열리는 두 번째 프로야구 2차 드래프트에서는 30대 중후반 베테랑 포수의 행보가 어떻게 될 것인지 주목해 볼 법 하다.
오는 22일 구단 당 보호선수 40인 외의 선수들이 새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제2회 프로야구 2차 드래프트가 열린다.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인 신생팀 KT는 6명까지 선수를 지명할 수 있고 기존 9개 구단은 3라운드까지 선수를 지명할 수 있다. 1라운드 선수 지명 시 현금 3억원, 2라운드 2억원, 3라운드 1억원 순으로 원 소속팀에게 지급하게 된다.
1회 2차 드래프트서 올 시즌 신인왕 이재학(NC), 롯데 필승계투가 된 김성배 등 두산에서 꽃을 피우지 못했던 투수들이 타 팀에서 새 기회를 살린 히트상품이 되었던 바 있다.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들이 타 팀에서 맹활약 할 시 원 소속팀에 날아오는 부메랑 효과는 더욱 큰 만큼 이번에는 각 구단들이 전례를 거울 삼아 한층 치밀한 전략으로 2차 드래프트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관심사가 되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포수 기근 현상 속에서도 기회를 점점 잃어가는 30대 베테랑 포수들이 어느 곳으로 향하는 가다. 2차 드래프트인 만큼 나이가 있는 선수들이 새 팀에서 주전으로 안방을 지킬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시즌을 치르며 터닝포인트를 만들 수 있는 경험 많은 베테랑 포수의 필요성은 현장에서도 감지되는 것이 사실이다. 젊은 포수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타 포지션에 비해 시행착오가 잦고 기대치에 비해 성장 결과가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화 최승환(35)과 삼성 채상병(34)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팀을 옮길 수 있는 유력한 후보들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지난 2008~2009년 두산 안방을 양분했던 선수들. 채상병은 2007시즌 중반부터 2008년까지 두산 주전 포수로 활약했고 2008년 채상병과 출장 기회를 공유하던 최승환은 2009시즌 무릎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두산의 정포수였다. 채상병은 2009시즌 좌완 지승민과의 트레이드로 삼성 이적했고 최승환은 2010년 후배 양의지에게 밀려 출장 기회가 급격히 감소한 뒤 1회 2차 드래프트서 전체 2순위로 한화 이적했다.
둘은 뚜렷한 장점을 갖춘 선수들이다. 두산 시절 두 명을 같이 지도했던 김태형 현 SK 배터리코치는 “최승환이 투수를 편하게 해주는 스타일이라면 채상병은 타자가 까다로워하는 쪽으로 리드를 하는 포수다”라고 밝혔다. 사실 투수 리드는 정답이 없는 부분이다. 선수들의 성향 자체가 강점이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실마리를 풀지 못하는 약점이 될 수 있으나 이들은 경기 경험을 통해 어느 쪽이 나은 지 상대적으로 잘 알고 있고 많이 느꼈던 선수들. 일관되지 않은 투수리드가 가능한 베테랑들이다. 최승환은 어깨 부상에서 벗어나 재기를 노리고 있고 채상병도 타 팀에서 새 기회를 노린다.

KIA 포수 이성우(32)도 대상자 중 한 명이다. 우리 나이 서른셋인데 비해 출장기회가 적었고 팬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포수이지만 현장에서는 투수들이 함께 호흡을 맞췄을 때 편하게 생각하는 포수다. 타격 능력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블로킹과 미트질 등 투수를 도와주는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무엇보다 신생팀 KT의 조범현 감독은 SK 시절과 그와 함께 했고 KIA 감독으로 재직하던 2008시즌 중 SK와 2-3 트레이드를 통해 이성우를 데려오기도 했다. 충분히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새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
그 외에도 1회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넥센에서 NC로 이적했던 허준(32) 등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새 기회를 찾을 만한 포수들이다. LG 현재윤(34)이나 삼성 이정식(32), 롯데 용덕한(32) 등은 팀 전력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있는 만큼 2차 드래프트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며 KIA 김상훈(36)은 타이거즈 안방을 14시즌 동안 지켰던 프랜차이즈 포수라 2차 드래프트 시장에 나올 지 미지수다.
삼성이 이번 한국시리즈서 열세를 딛고 우승할 수 있던 데는 맏형 진갑용의 보이지 않는 수훈이 컸다. 그리고 롯데 강민호가 주전이 된 이래 올해 가장 안 좋은 성적을 올리고도 4년 75억원의 대박 계약을 맺은 것은 능력 있는 주전 포수라는 점이 한 몫 했다. 확실한 정포수들이 점차 줄어들고 체력 안배, 투수 스타일에 맞춘 전담 포수제가 높아지며 포수가 많을 수록 유리한 환경으로 바뀌는 가운데 어떤 안방마님이 2차 드래프트의 수혜자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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