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 버린 박경완, 선수들과 함께 성장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11.20 07: 12

낯익은 인물이 그라운드에 서 있었다. 하지만 최근까지의 모습과는 달랐다. 방망이 대신 공을 쥐고 있었다. 또 말을 듣기보다는 하고 있었다. 박경완(41) SK 신임 퓨처스팀(2군) 감독의 일상은 그렇게 흘러갔다.
보통 감독들은 선수들의 훈련을 묵묵히 지켜보거나 가끔 기술적인 지도를 하는 것이 일상적이다. 하지만 아직 현역의 피가 가라앉지 않았던 것일까. 박 감독은 어린 선수들의 배팅 훈련을 직접 도왔다. 티배팅, 토스배팅 때 직접 공을 던져줬다. 묵묵히 공을 던져주다가도 잘못된 점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조언을 했다. 살아있는 경험이 묻어나왔다. 선수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곧바로 고치는 선수들도 있었다. 그때서야 박 감독의 입에서는 “좋다”라는 추임새가 흘러 나왔다.
이에 대해 묻자 박 감독은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들켰다는 듯이 “조금씩 챙겨 주는 정도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박 감독은 “대부분 담당 코치들에게 맡겨두는 데 타격의 경우는 강혁 코치가 아직 팀에 합류한 지 얼마 안 돼서 전체 선수들의 파악이 되지 않았다. 감독이라고 해서 앉아 있기도 그렇고”라며 웃으며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그 뒤의 말은 박 감독의 철학을 단적으로 드러내준다. 박 감독은 “선수들과 좀 더 부딪혀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었다”라고 했다. 아직은 선수들에 대해 잘 모르니 좀 더 가까이 다가간다는 것이다. 박 감독은 “멀리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는가. 개개인마다 치는 방법이 있는데 고치려하기보다는 선수들이 살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라고 덧붙였다.
선수들이 보기에는 어렵고 무뚝뚝한 박 감독일 수도 있지만 이처럼 권위를 찾지는 않는다. 스스로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채찍질한다. 따지고 보면 ‘초보 지도자’가 선수들과 같이 성장하는 셈이다. 박 감독은 “아직 감독으로서는 어린 나이”라고 했다. “내 방식, 내 선택이 틀릴 수도 있다”라고 말을 이어나간다. 그래서 귀를 연다. 박 감독은 “모르는 부분이 많다. 내 주위에는 나보다 연세가 많으신 코치님들도 분명히 계신다. 조언을 구한다”라고 최근의 ‘수업 내용’을 털어놨다.
경계하는 부분은 명확하다. 박 감독은 “내 선택이 틀리다고 드러난 것이 난 두렵지 않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수의 가능성을 열어둔다. 하지만 “실패를 두 번 되풀이하고 싶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실패에서 배우는 것이 없으면 팀에 큰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요즘은 공부에 열심이다. 꼼꼼하게 메모하고 그 메모 내용을 들춰본다. 그러다보니 시간을 쪼개고 쪼개도 모자라다. 하지만 박 감독의 표정은 그리 어둡지 않다.
퓨처스팀 감독이지만 사명감도 느끼고 있다. 박 감독은 “지금 가고시마에서 1군도 분명 열심히 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것을 생각하면 내 임무는 1군에서 백업 선수가 필요할 때 올릴 수 있는 선수를 많이 준비하는 것”이라면서 “1군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그 시작은 강훈련이다. 2·3군 선수들의 정신상태부터 고치려고 애쓰고 있다. 1년 뒤, 그 성과가 어떻게 드러날지는 SK의 장기적인 미래와도 맞닿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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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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