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와 이용규도 경쟁해야 한다".
한화 김응룡 감독은 대형 FA 정근우와 이용규에게도 '경쟁'을 이야기했다. FA 초대박을 터뜨린 두 선수에게 긴장을 불어넣기 위함이지만 더 큰 이유는 기존 선수들이 느낄 수 있는 심리적인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이다. FA 선수 영입은 기존 선수들의 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벌써부터 마무리훈련을 하는 선수들 사이에서 "내야수와 외야수는 죽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보직이 나눠져 있고, 여러 명의 선수들이 필요한 투수와 달리 야수 포지션의 주전은 한 명이다. 외부에서 대형 선수가 가세할 경우 기존의 선수는 밀릴 수밖에 없다. 외부 FA 영입시 기대할 수 있는 각성과 경쟁 효과도 있지만 분위기를 다잡지 못하면 오히려 팀 화합 측면에서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그래서 한화 코칭스태프는 제주도 마무리훈련 중 선수단의 분위기를 좋게 가져가려 한다. 김성한 수석코치는 "FA 선수들의 가세로 기존 선수들도 더 열심히 해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분명 같은 포지션의 선수들에게는 허탈감이 있을 것이다. 코치들에게도 선수들한테 말이라도 부드럽게 하고, 좋은 분위기를 만들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팀 내 위화감이 조성되지 않도록 중고참 선수들이 분위기를 잘 잡는 것도 중요하다. 한화는 리그 최고연봉(15억원)을 받는 김태균 외에는 고액 연봉자가 없다. 팀 평균 연봉은 8623만원으로 9개팀 중 7위. 지난 몇 년간 성적이 좋지 못했고, 저연차 선수들이 많아진 결과다. 고액 연봉자들의 가세가 미묘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때문에 중고참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내부 FA 계약으로 한화에 잔류한 한상훈은 정근우의 가세로 주전 2루수 자리를 빼앗기게 됐지만 새 선수들과 기존 선수들의 연결고리 역할을 자처했다. 그는 "중간 역할을 잘 하겠다. 팀에 혹시 모를 위화감이 조성되지 않도록 고참으로서 분위기를 잘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근우와 이용규도 스스럼없이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다가설 생각이다. 정근우는 "다른 팀에서 온 만큼 (김)태균이 옆을 받쳐주며 솔선수범하겠다. 하나 하나 알아가는 느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용규도 "태균이형이나 (최)진행이처럼 마음 통하는 선수들이 많이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근우와 이용규가 위화감없이 팀에 잘 녹아든다면 어마어마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역시 내부 FA로 한화에 남은 이대수는 "시너지 효과가 굉장할 것이다. 당장 팀에 큰 목표가 생겼다. 이제는 탈꼴찌가 아닌 더 큰 목표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며 "팀에 목표가 생긴 게 가장 큰 희망"이라고 긍정론을 이야기했다.
대형 FA 영입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는 한화가 부정적 요소를 제거하고 하나의 팀으로 뭉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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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제공.